"걸리면 사장님 손해"…노래주점서 71만원어치 먹고 신고한 미성년자들

불법 앱, QR·사진·만료시간까지 실제와 동일
업주 ‘실물 신분증 반드시 확인해야’

 

포항에서 한 노래주점 업주가 정교하게 위조된 모바일 신분증에 속아 미성년자 일행에게 술을 판매한 뒤 무전취식 피해까지 당할 뻔한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10대들은 “미성년자 걸리면 사장님만 손해”라며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노래주점을 연 지 두 달 된 업주 A씨는 지난 4일 밤 예약 손님 5명을 맞았다. 이들은 룸에 안내되자마자 신분증 검사에 응했고, 2명은 실물 신분증, 3명은 모바일 신분증을 제시했다.

 

모두 21세 이상으로 표시돼 A씨는 의심 없이 입장을 허용했다. A씨는 “평소 스무 살 손님이 모바일 신분증을 보여주면 실물 신분증까지 확인했으나, 이들은 21세 이상이라 따로 실물 신분증까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미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고 온 듯한 상태였고, 양주 3병을 주문해 A씨는 안주까지 서비스로 제공했다.

 

문제는 계산 단계에서 벌어졌다. 약 71만 6000원의 술값을 두고 서로 책임을 미루며 시간을 끌던 이들은 새벽 2시 30분쯤 현금을 찾으러 간다며 자리를 떴고, 이후 또 다른 여성이 “뒤에 오는 사람이 계산할 것”이라고 말하고 나가려 했다.

 

이에 A씨는 여성을 붙잡고 있었고, 뒤이어 나온 남성은 “앞에 나간 사람이 계산 안 했냐?”며 모르는 체했다. 그는 “이체 한도가 막혔으니 내일 입금하겠다. 오늘은 그냥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돈을 안 내고 갈 거면 실물 신분증을 두고 가고, 모바일 신분증을 제시한 사람은 휴대전화를 맡기라”고 했다.

 

그러자 일행 중 한 여성이 “우리는 성인인데 얘는 미성년자다. 걸리면 사장님만 손해 아니냐. 돈 줄 테니 그냥 보내 달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남성은 “그냥 경찰 부르라. 얘네 다 미성년자”라며 직접 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경찰이 도착하자 상황은 더욱 황당하게 전개됐다. 이들은 경찰에게 “사장이 신분증 검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들여보냈다. 모바일 신분증도 보여준 적 없다”며 A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다행히 A씨는 신분증을 확인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제출했고, 업주의 주장은 곧바로 인정됐다.

 

조사 결과 여성 4명이 미성년자였으며, 이들이 사용한 모바일 신분증은 SNS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앱으로, QR코드·사진·만료시간까지 실제와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돼 있었다. 여성 3명은 경찰 출동 직후 앱을 삭제했으나, 캡처 화면이 남아 있어 위조 신분증 사용 증거가 확보됐다.

 

결국 여성 한 명의 부모가 가게를 찾아와 술값 전액을 변제하고 사과했으며, 해당 여성은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그러나 나머지 여성들은 학교를 자퇴했고 부모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요즘 하루에도 한두 팀씩 신분증이 없거나 모바일 신분증만 가져오는 손님이 찾아오고, QR코드 인식 오류 후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며 “가짜 모바일 신분증 앱이 매우 정교하니 업주들은 반드시 실물 신분증까지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대표변호사는 “신분증을 위조·사용하면 공문서위조 및 행사죄, 주민등록법 위반,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미성년자가 속일 목적으로 위조 신분증을 보여주더라도 업주가 신분 확인을 했다는 사실이 CCTV 등으로 입증되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은 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