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맡기고 72시간 지나면 환불 불가…변협 “중징계 검토”

환불 요구에 72시간 끌기…‘환불방어팀’까지 운영
100건 넘는 반복된 진정에 변협 칼 빼들어...

 

대한변호사협회가 사건 수임 후 72시간이 지나면 수임료를 돌려주지 않는 이른바 ‘72시간 약관’을 계약서에 넣고, 의뢰인의 환불 요구를 거부해온 A법무법인 대표 변호사에 대해 중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수임료 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사건을 맡길 때 계약서의 약관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A법무법인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검토 중이다. 이는 해당 법인의 ‘72시간 약관’ 행태가 개별 민사 분쟁을 넘어, 건전한 수임 질서를 훼손한 사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법무법인은 ‘72시간 약관’을 통해 사실상 환불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환불 방어팀’을 운영해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환불 요구를 무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뢰인은 사건이 착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임료만 잃고 다른 법무법인을 찾아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변협이 수임료 사건에 대해 개입한 것은 반복적 진정과 심각한 윤리 위반 가능성 때문이다. 그동안 변호사 업계에서는 수임료 환불 문제를 민사적 영역으로 보고 협회 차원의 개입을 꺼려왔다. 재판 결과 불만으로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2시간 약관’ 문제로 변협에 진정된 사건이 약 100여 건의 진정이 접수되었고, 변호사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환불 요구를 무력화한 정황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변협 관계자는 “직업윤리와 공정한 수임 질서를 심각하게 해친 사안”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행 판례들에 따르면 수임료 환불은 제한적으로만 인정되고 있다. 법원은 변호사가 위임계약에 따라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면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리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2년 변호사가 승소 가능성을 속여 계약을 체결하고 기일 변경만 반복했다는 원고의 소송에 대해 “기망 및 불성실 수행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의정부지법 역시 지난 2016년 원고가 항고사건 기각의 책임을 변호사에게 돌렸지만, 법원은 항고이유서 작성과 증거수집 노력 등을 근거로 변호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수임료가 신의성실 원칙이나 형평에 반할 정도로 과도할 경우 예외적으로 감액이 인정되기도 한다. 다만 의뢰인과의 관계, 사건 난이도, 소송물 가액, 변호사의 노력, 승소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임료가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잔금 미지급이나 변호사 사임이 얽힌 환불 문제도 복잡하다. 수원지법은 2023년 의뢰인이 착수금을 분납하기로 하고 일부만 지급한 뒤 나머지를 내지 않자 변호사가 계약을 해지한 경우 의뢰인의 착수금 반환 소송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의뢰인은 ‘기소 시 1500만 원 반환’ 조항을 근거로 환불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계약 해지로 환불 약정도 효력을 잃는다”며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대법원 또한 2006년 착수금은 선급금 성격을 갖기 때문에 계약 해지 시 이미 수행한 업무에 상응하는 보수를 제외한 나머지만 반환하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계약서에 ‘잔금 미납 시 해지 가능’ 조항이 명시돼 있다면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사임하더라도 문제 될 소지가 적다고 본다. 반면 사전 고지 없이 계약을 해지했다면 계약 위반으로 환불 청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체적인 계약 조항과 당사자의 이행 여부가 환불 판단의 핵심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72시간 약관’ 사건은 변호사가 계약서 조항을 악용해 사실상 환불을 봉쇄한 사례로, 변협이 직업윤리적 차원에서 처음으로 중징계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수임료 분쟁은 대부분 계약서 조항과 의뢰인의 이행 여부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며 “환불 조건, 잔금 납부 기한, 사임 사유를 계약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