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체포돼 구금됐다가 풀려난 사건을 계기로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권익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시민사회계에 따르면 최근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 317명이 체포된 사건 이후 해외 이주 노동자의 권리 보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강화하는 과정이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현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근로자대표는 지난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외교 현안이 아니라 노동 인권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제도적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조지아 사건의 경우 여러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비자 유형 판단 오류 가능성이 제기됐고, 체포와 구금 과정에서 통역이나 법률 지원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기에 절차적 권리 보장 문제와 기업 및 인력업체 간 책임 공방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해외에서 체포되거나 구금된 재외국민에 대한 ‘영사조력 제공 의무’가 중요한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재외공관은 자국민이 해외에서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실을 인지할 경우 외교부에 보고하고 해당 국민과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와 통역인 명단을 제공하고 현지 형사 절차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안내하는 등 가능한 범위에서 조력을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접촉 과정에서는 체포·구금 사유와 건강 상태, 인권 침해 여부, 가족 통지 여부, 변호사 선임 의사 등을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비엔나협약에 따라 영사와 통신할 권리가 고지됐는지도 확인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영사조력은 주재국의 법령과 국제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제공되며 해당 국가의 제도와 문화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국내에서 제공되는 보호 수준을 넘어서는 조치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실제로 과거 판례에서는 재외국민이 해외에서 체포된 사건에서 영사조력 제공 과정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점이 문제되면서 국가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된 사례도 있다.
다만 재외국민 보호 의무가 항상 구체적인 작위 의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국가 책임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엄격하게 판단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취업 과정에서 비자 적합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표준 근로계약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해외 근로자를 지원하는 원스톱 보호센터 설치와 긴급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SOS 애플리케이션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한국근로자 보호기본법(가칭)’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외공관에 노동권익 담당 인력을 확대 배치하고 통역과 심리 상담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번 성명에서는 국내 노동단체들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와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를 동일한 노동권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미국노총(AFL-CIO), 국제노총(ITUC) 등 국제 노동단체와 협력해 공동 캠페인을 추진하고 이주 노동자 권리 문제를 함께 다루는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조지아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 있지만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며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와 국내 이주 노동자를 함께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노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