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폭행 사망 사건 항소…강도살인 vs 강도치사 판단 쟁점

폭행 목적 따라 강도살인 성립 여부 쟁점

 

함께 화투를 치던 중 80대 노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가운데 검찰이 적용한 ‘강도살인’ 혐의의 적용 법리에도 관심이 모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건창)는 지난 18일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경기 평택시에 있는 B씨의 빌라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화투를 치던 중 B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 A씨는 범행 이후 피해자의 금품을 훔치고 체크카드를 사용한 혐의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A씨는 119에 직접 신고했고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B씨는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B씨 집에서 화투를 하던 중 지갑에서 5만원을 가져갔는데 이를 두고 훈계를 듣자 화가 나 폭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도살인 vs 강도치사’ 법적 판단 관건


이번 사건에서는 A씨의 폭행이 단순한 분노에 의한 범행인지, 절취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체포를 피하거나 탈취물을 지키기 위한 행위였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형법 제335조는 절도 후 체포를 면탈하거나 탈취물을 지키기 위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경우 이를 준강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절도 사실이 발각된 직후 폭행이 이뤄진 경우 체포 면탈이나 도피 목적이 인정되면 준강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04도5074).

 

이처럼 폭행이 강도 범행으로 평가될 경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강도치사 또는 강도살인의 성립 여부가 문제된다.

 

강도살인죄는 재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성립한다. 살해의 고의가 인정돼야 범죄가 성립하는 고의범이다.

 

반면 강도치사죄는 강도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적용되는 결과적 가중범으로 살인의 고의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대법원은 강도살인과 강도치사 모두 강도의 실행 중 또는 직후 등 사회통념상 범행이 종료되지 않은 단계에서 살해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있다. 또 재물 탈취를 목적으로 살해 행위를 수단으로 이용한 경우 피해자 사망 직후 재물을 빼앗더라도 강도살인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1993도2143).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도 변수


법조계에서는 폭행의 정도와 범행 경위가 항소심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폭행 직후 또는 그 과정에서 금품을 추가로 가져가거나 폭행과 재물 취거가 시간적으로 밀접하게 이어진 경우 전체적으로 재물 탈취 의사의 실현으로 평가돼 강도 범행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사건에서는 절도 이후 폭행이 준강도에 해당하는지, 사망 결과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사망 이후 재물 취득 행위가 강도 범행과 일련의 과정으로 평가되는지 등이 강도치사와 강도살인을 가르는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