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텔에서 퇴거 요구를 받은 뒤 관리자를 흉기로 찌른 사건에서 법원이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범행을 실행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를 인정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시텔에 거주하면서 음주 소란을 반복해 운영자 B씨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았다. A씨는 지난 6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한 달만 더 살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그럼 나도 너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다시 B씨에게 같은 요구를 했지만 또다시 거절당하자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는 복부 열상을 입었지만 저항하면서 추가 공격을 막아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폭력 범죄 전과가 약 20회 있었으며,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받은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지 약 6개월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문제로 고시텔에서 퇴거 요청을 받았음에도 원한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다”며 “범행 동기와 방법, 경위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범행이 단순 상해인지 아니면 살인미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살인미수는 살해의 고의를 가지고 범죄 실행에 착수했지만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은 경우 성립한다.
형법 제25조는 범죄 실행에 착수했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254조는 살인죄의 미수범 역시 처벌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살인미수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살인의 고의’다. 법원은 반드시 확정적인 살해 의사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범행을 실행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선고 2010도5513).
미필적 고의 여부는 범행의 동기와 경위, 사용된 흉기의 위험성, 공격 방식과 공격 부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특히 칼이나 둔기 같은 흉기를 사용했는지, 가슴이나 복부처럼 치명적인 부위를 겨냥했는지 여부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또 하나의 요건은 ‘실행의 착수’다. 단순한 준비 단계가 아니라 피해자의 생명에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할 정도의 행위가 있었는지가 기준이 된다.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거나 내리치는 행위는 통상 살인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판례에서도 비슷한 기준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법원은 공격 부위와 흉기의 위험성, 범행의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고인이 사망 위험을 인식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형량 역시 상해죄보다 훨씬 무겁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이다. 살인미수 사건에서도 유기징역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으며, 미수 감경이 적용되면 처단형 범위가 낮아질 수 있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살인미수 여부는 단순히 흉기 사용 여부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살해 의도와 실행 단계가 어디까지 이르렀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된다”며 “사전 협박이나 흉기 준비, 치명 부위 공격 등이 결합될 경우 법원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