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공소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공판 이후 약 85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이날 오전 10시 15분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사건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들어섰으며 넥타이는 착용하지 않았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3617’이 적힌 배지가 부착돼 있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묻는 재판부 질문에는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검 측은 모두진술에서 윤 전 대통령이 여러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 및 의결권 침해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과 폐기 ▲허위 공보 지시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 지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다섯 가지 행위를 범죄로 지목했다.
특검은 특히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박 특검보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대해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물리력으로 집행을 막는 행위는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며 재판부와 국민에게 공소사실의 취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 전반을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이 인정한 권한에 따른 조치였고, 국회의 해제 의결이 이뤄지자 계엄도 종료됐다”며 “특검이 이를 내란 사건으로 기소하면서 다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은 법적 논리보다 정치적 의도가 강한 기획 기소”라고 주장했다.
또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수사와 체포 시도 자체가 위법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관할권 범위를 벗어나 수사를 진행했고 체포 시도 역시 위법성이 있다”며 “현재 공소사실 상당 부분은 이미 내란 사건 공소 내용과 중복돼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공소기각을 요구했다.
법률적으로는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 충족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에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계엄법은 교전 상태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등 구체적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계엄 선포와 변경·해제 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고 회의록을 즉시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국회는 계엄 선포 사실을 통고받고 해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대통령은 국회의 해제 요구가 있을 경우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역시 법리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적법한 공무집행’을 전제로 성립하는 범죄로, 판례는 공무집행이 권한 범위 내에서 적법한 절차를 갖춰 이루어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절차상 일부 흠결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없는 공무집행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위반의 정도와 구체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경우에도 ‘직권 남용’의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을 외형상 직무집행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권한 범위를 벗어난 위법·부당한 행사로 보고 있다.
또한 직권남용죄는 단순히 권한을 남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 판례에서 강조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공소기각 여부도 재판에서 판단될 절차적 쟁점이다.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돼 무효인 경우나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기소된 경우 등에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사건은 실체 판단 없이 종결될 수 있다.
재판부는 향후 재판 일정도 언급했다. 백대현 재판장은 “특검법에는 1심 재판을 6개월 안에 마무리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며 “원칙적으로 주 1회 이상 심리를 진행하고 필요할 경우 화요일과 금요일 등 주 2회 재판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인터넷을 통해 중계될 예정이며, 개인정보 비식별화 절차를 거친 뒤 공개된다. 하급심 형사재판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것은 이번 사건이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