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 위에 교정본부?"…도서 반입 기준 제각각, 위헌 판결도 무시

유해간행물 아닌 잡지까지 반입 불허
형집행법엔 ‘유해간행물 외 제한 불가’
담당자 “본부에서 공문이 와야 허가”
법적 근거 없이 도서 반입 막는 현실

 

교정시설마다 도서 반입 기준이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교정시설은 유해간행물이 아닌 일반 잡지까지 제한하거나 반송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을 교정본부가 자의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5일 제보자에 따르면 수형자 A씨는 B사의 잡지를 신청했으나 담당 교도관이 반입을 불허했다.

 

A씨는 담당 교도관에게 “해당 잡지는 유해간행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원에서도 위헌으로 본 사안인데 왜 제한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담당자는 “교정본부에서 공문이 내려와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교정본부가 법 위에 설 수는 없다”며 “입법 공백 상태에서 자의적 판단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교정시설은 수용자의 도서 반입을 법적으로 제한할 근거가 없음에도, 음란성이나 폭력성을 이유로 일부 간행물의 반입을 불허하고 있다.

 

형집행법 제47조 제1항은 “수용자가 신청한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이 아닌 이상, 반입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도소별로 반입 기준이 달라지는 이유는 ‘교화 저해’나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한 내부 자의적 판단 때문이다.

 

법무부는 “사회적 기준보다 교정시설 내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법원에서 여러 차례 위법 판단을 받은 사안이다.

 

2018년 대구고등법원은 “유해간행물이 아닌 잡지를 음란성을 이유로 반입 불허한 교도소장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도서의 내용 자체를 이유로 한 제한은 형집행법상 근거가 없으며, 소장의 재량권 행사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 성폭력범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C씨는 해외 간행물을 받아보려 했으나 ‘음란 도서’라는 이유로 반입이 거부됐고, 이에 직접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C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교정시설의 질서 유지를 이유로 음란성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간행물은 여성의 나체 사진이 포함돼 있었지만,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일 뿐, 「출판법」상 ‘유해간행물’은 아니었다.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으며,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도 “유해간행물이 아닌 도서의 반입을 제한한 것은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집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간행물이 음란·폭력·마약 등의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해 교화를 저해하거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무부령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해당 조항은 아직 법률로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기준에서 교도관이 임의로 도서 반입을 제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다.

 

법무법인 민 유정화 변호사는 “입법 공백을 이유로 현장 판단이 제각각인 상황은 헌법상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교정본부가 법 위에 있지 않은 이상, 일부 교정시설이 ‘본부에서 공문이 내려와야 한다’며 위헌 소지가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방관하는 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법률에 제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교정당국이 자체 판단으로 도서 반입을 차단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며 “추후 입법을 통해 기준이 새로 마련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자의적 조치는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