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우체부] 무기징역형에 유기징역형을 경합시킬 수 있나요?

 

Q. 안녕하세요.

강도상해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집행유예 기간 중 강간살인죄를 범하여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까지 28년째 복역 중인 사람입니다.


복역 중인 소에서 가석방 심사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예전에 받은 집행유예가 미집행 상태라서 저는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제 부족한 지식으로는 무기형의 경우 제1형과 제2형 중 더 무거운 죄에 경합시켜 흡수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1형인 집행유예와 제2형인 무기징역의 형집행순서를 변경해야 할까요? 아니면 경합시켜서 무기징역만 살아도 될까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유기징역의 집행유예 기간 중 별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8년째 무기징역을 집행받고 계신 상태라고 하셨는데요. ①가석방 심사를 위해 형집행순서를 변경하여 집행유예가 취소되었던 유기징역형을 먼저 집행받을 수 있는지, ②무기징역형에 유기징역형을 경합(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문의하셨습니다.


1. 경합범으로 무기징역에 유기징역이 흡수되는지 여부

궁금하신 부분은 아마도 형법 제37조 ‘경합범에 관한 규정’으로 보입니다. 형법 제37조(경합범)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 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① 판결이 확정되기 전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 ② 이미 금고 이상의 판결을 받은 범죄가 있을 때, 그 판결 확정 전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형법 제37조의 경합범에 해당합니다. 한편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경우, 가장 무거운 죄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인 경우 다른 형은 이에 흡수됩니다(형법 제38조).


결론적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강간살인죄는 강도상해죄의 판결 확정 이후의 범죄이므로 경합범도 아니고, 동시에 재판을 받는 경우도 아니므로 흡수주의가 적용될 수 없습니다.


2. 형집행순서변경 가능성에 관하여

원칙적으로는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한 다음 가벼운 형을 나중에 집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검사의 재량으로 수형자의 처우 및 판결집행의 확보를 위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 형집행순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62조, 자유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 참조). 구체적으로 형집행순서변경 허가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형집행순서 변경 업무처리지침 참조).

 


그렇지만 수형자는 형집행순서 변경을 신청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형자는 형집행순서 변경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검사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형자의 형집행순서 변경신청에 대해 검사가 이를 거부하더라도 소송으로 취소가 불가하며, 아주 예외적으로 검사가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 수형자의 징역형 집행시기를 지연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등 수형자의 불이익을 꾀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취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22로7 판례 참조).

 

 

본 사건의 경우 형집행순서 변경신청을 통해 검찰이 재량권을 행사하여 형집행순서를 변경해 줄 것을 촉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형집행순서가 변경되지 않아 가석방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형법상 형을 가중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선고할 수 있는 유기징역형의 최고 형량은 30년인데, 제가 다른 무기수분들로부터 전해 들은 말로는 무기징역의 집행이 30년을 경과하기 전에는 실상 가석방 심사 대상자조차 되기 어렵다고 하니, 현 단계에서 형집행순서 변경신청을 하더라도 가석방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형 집행이 30년을 경과하면 가석방을 위해 형집행순서 변경신청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검사가 이를 거부한다면, 거부처분에 대해 이의신청(기간제한 없음)을 하고, 이의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즉시항고(7일 이내)를 하시는 편을 권합니다(형사소송법 제489조, 49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