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이 자사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상품 가입자들에게 미지급 연금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보험사가 연금 산출 방식에 대한 충분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지만, 계약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것은 오히려 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의 효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즉시연금 가입자 51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문제가 된 즉시연금 상품은 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납입하면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고, 만기 시 원금을 돌려받는 상속만기형(만기환급형) 구조다.
가입자들은 매월 지급되는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 마련을 위해 사업비 등이 공제된다는 내용이 약관에 없고 설명도 없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이 불명확하다”며 미지급금 지급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삼성생명이 연금 산출 방식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가입자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그러나 2심은 “가입자들이 계약 체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은 있었다”며 “약관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매월 지급되는 연금액은 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복잡한 산식을 모두 설명하지 않더라도 적립액 공제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약관에 포괄적인 지시 조항을 둔 것만으로 설명 의무가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고, 산출방법서는 복잡한 내용으로 구성돼 별도의 설명 없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입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설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공제 방식이 계약 내용에서 제외되더라도 계약의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며 “약관상 연금액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계약을 무효로 판단할 경우 오히려 가입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