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자처해 금품·추행…허경영, 구속 만기 하루 앞두고 또 구속

 

자신을 ‘신인’이라 내세워 신도들에게 금품을 받아내고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구속 만기 하루를 앞두고 다시 구속됐다.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오창섭)는 지난 9일 허 대표에게 사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10일 밝혔다.

 

허 대표의 기존 구속 만기일은 10일이었지만 검찰이 또 다른 사기 혐의 사건을 별도로 기소함에 따라 법원은 새로운 범죄사실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상 1심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이는 동일한 범죄사실에만 적용되며 별개의 범죄에 대해 새로운 구속 사유가 인정될 경우 다시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허 대표는 2019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자신을 신적 존재로 칭하며 질병 치유, 부귀영화, 문제 해결 등을 약속하고 여러 신도로부터 총 3억2426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판례는 과거 자신을 초월적 존재로 내세워 현세의 길흉화복을 좌우할 수 있는 것처럼 기망해 금전을 받은 경우 사기죄의 기망 요소가 충족된다고 판단해왔다. 종교적 신념을 표방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 범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허 대표는 또한 법인 명의 자금 약 80억 원을 개인 부동산 매입, 변호사 비용, 선거 비용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은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제3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판례 역시 1인 회사라 하더라도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인정해 왔다.

 

이와 함께 허 대표는 정치자금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법인 자금을 선거 활동에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정치자금법 제45조는 법정 외 정치자금 수수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으며, 법인의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죄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과거 판례에서도 회사의 목적과 무관하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행위를 불법영득 의사와 결부된 위법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허 대표는 자신의 종교시설인 ‘하늘궁’에서 질병 치유, 에너지 전달 등을 명목으로 다수 신도에게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추행을 처벌하며, 법원은 종교적 맹신이나 권위 관계로 인해 심리적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형성된 경우에도 항거불능에 준하는 상태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해 왔다.

 

재판에서는 피해자들이 당시 정상적인 판단·거부 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반면 허 대표 측은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종교적 신념의 표현일 뿐 재산상 이득을 취할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횡령·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사용된 자금의 성격과 실제 목적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종교적 신념의 표현과 형법상 기망행위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또 법인 자금의 사적 사용이 어느 지점부터 범죄로 평가되는지 등 여러 법리가 교차하는 사건”이라며 “각 혐의별 구성요건과 입증 수준이 달라 사실관계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적 권위나 맹신 구조가 피해자의 판단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법원의 평가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며 “피고인 측의 전면 부인과 검찰의 입증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만큼, 향후 공판 과정에서 다양한 법률적 쟁점이 세밀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