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심판결 확정 전 경과한 집행유예 기간, 새 기간 산입 불가”

새 집유기간은 재심 확정일부터 기산
“집유는 법률적 효과로 형집행 아냐”

 

재심에서 새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 이전 판결에서 이미 경과한 집행유예 기간을 새 집행유예 기간에 포함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집행유예의 법적 성격이 ‘형의 집행’과는 구별된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5모1963).

 

앞서 A씨는 재심 대상 판결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기간이 모두 경과한 뒤 재심이 개시돼 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후 A씨가 다른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되자, 검사는 재심판결의 집행유예가 실효됐다며 형 집행유예 실효 지휘를 내렸다. 이에 A씨는 “이미 경과한 기간을 새 집행유예 기간에 포함해야 한다”며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원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미 경과한 재심대상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을 재심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에 산입하지 않으면 피고인에게 실질적 이중처벌을 강요하고 재심청구권 행사를 제약한다”며 “집유 기간 경과 부분을 산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심 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다시 심사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는 새로운 절차이며,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의 효력은 당연히 소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행유예 기간의 경과를 형의 집행과 동일하게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지난 기간을 재심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에 산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재심판결의 형이 원판결보다 무겁지 않다면, 집행유예 효력이 사라지더라도 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나 이익재심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유정화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재심 절차의 독립성과 집행유예 제도의 본질을 명확히 구분한 판례”라며 “재심판결로 새로운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그 기간은 재심판결 확정일을 기준으로 새롭게 기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효력을 상실한 원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을 포함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향후 재심 사건에서 집행유예 기간 산정과 실효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