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망 좁혀진 뒤 진술은 자수가 아니다?”…NCT 태일 자수 감경 불인정

피의자 특정 뒤 진술은 자백일 뿐…감경 여부는 법원 재량

 

만취한 외국인 관광객을 지인들과 함께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아이돌 그룹 NCT 출신 문태일(31)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3부(박영주 부장판사)는 1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문씨와 공범 이모씨, 홍모씨에게 각각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이 합리적”이라며 실형을 유지했다.

 

문씨 측은 항소심에서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을 고려해 형을 감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형법 제52조는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감경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법원이 다른 양형 요소를 종합해 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위법이 아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문씨는 압수수색 전까지 범죄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미 피의자가 특정돼 강제수사가 개시된 상황에서 나온 진술인 만큼 ‘자발적 자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자수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한다. “자수란 범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며, 수사기관의 질문에 응하거나 조사 과정에서 범죄사실을 진술한 것은 자백일 뿐 자수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3도3133, 2011도12041 등)는 것이다.

 

즉, 범행이 이미 발각되거나 피고인이 특정된 이후에 출석해 진술한 행위는 자수로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자수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감경 여부는 재판부 재량이며,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도 위법이 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받은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면서도 “피해자가 느꼈을 당황스러움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을 종합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문씨 등은 지난해 6월 13일 오전 4시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거지에서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던 중국 국적 여성 관광객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범행 당일 오전 2시 33분쯤 이태원의 한 주점에서 A씨를 우연히 만나 함께 술을 마시다 피해자가 만취하자 택시로 이씨의 집으로 데려간 뒤 범행을 저질렀다.

 

날이 밝은 뒤에는 A씨를 떨어진 장소로 옮겨 택시에 태워 보냈고, 이 과정에서 “택시 좀 나가서 태워, 다른 곳으로 찍히게”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특수준강간 혐의는 2명 이상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추행했을 때 성립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해 외국인은 낯선 곳에서 여행하다 범행을 당해 큰 정신적 충격을 입었을 것”이라며 문씨 등에게 각각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법무법인 예문정 정재민 변호사는 “형법상 자수는 단순히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범행이 드러나기 전에 자발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라며 “이미 수사가 개시돼 피의자가 특정된 상황에서 한 진술은 일반적으로 자수로 보기 어렵고, 특히 이번 사건처럼 범행이 중대하고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설령 자수로 인정되더라도 감경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