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청주여자교도소)

 

안녕하세요. <더시사법률> 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구독해 온, 그리고 출소 후에도 계속 구독할 생각이 있는 애독자입니다. 작년 <더시사법률> 사무실이 남양주에 있을 때 사연을 무척 길게 써서 보냈었는데, 스크랩하려고 추석까지 기다려 봤지만 아무래도 게재가 안 된 것 같네요.


저는 지금 본소로 이송을 왔습니다. 마약수에 S4등급인 저에게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꽤나 잘 어울려 주시는 방 사람들과, 청주여교 4기 인성교육 담당 주임님 및 함께 수업을 듣는 인성교육생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할 수 있도록 이번에는 꼭 뽑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지금 제가 있는 방에는 11명이 입실해 있습니다. 집 화장실보다도 좁게 느껴지는 거실에서 부대끼며 살고 있는데요. 같은 방 언니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면서 공부까지 하고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니 비록 제 20대의 마지막을 감옥 안에서 보내고 있지만, 이 시간이 제 인생에 몇 없었던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엔 세상에서 잠시 뒤처진 것 같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마냥 우울해하며 포기하기보다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다시는 이곳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는 자라온 환경 탓을 하면서 ‘난 불쌍한 사람이니까 마약을 해도 돼. 내가 갖다 파는 것도 아니고, 누구한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잖아?’라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중한 시간을 버려 건강을 해쳤고, 약을 구하려 빚까지 졌습니다. 그러다 감옥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든 감옥 속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지인의 좋지 않은 소식을 들으며 이제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절박한 심정으로 마약퇴치운동본부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긴급체포가 되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때 의미 없는 쾌락에 중독돼서 마약을 투약하며 보냈던 매일이 오늘의 저를 만든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은 마약이 아닌 제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며 운동, 독서, 공부 같은 긍정적인 것들을 통해 습관을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읽었던 책 구절이 생각납니다. “무슨 일이든 과거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니, 원인이 되는 것을 바꾸면 결과도 달라진다.”

 

과거의 저는 매일 죽기 일보 직전까지 마약을 투약하면서, 부정적인 인간관계에 휩쓸려 옳지 못한 판단을 해 법의 심판을 받아 이곳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제 인생은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기에, 앞으로 남은 날들은 쭉 정상적으로 써 내려갈 생각입니다. 지금도 마약을 투약하다가 결국에는 판매까지 하는,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있는 분들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변화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호기심 가지지 마세요. 끝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