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고의 없다” 부인한 50대 살인미수죄 처벌…고의성 판단 기준은?

의식 잃은 뒤에도 폭행, 미필적 고의 인정
法 “머리 가격…사망으로 이어질 위험 커”

 

술자리 다툼 끝에 소주병과 유리병으로 지인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하려한 혐의를 받는 5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피의자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정래)는 살인미수죄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춘천의 한 주점에서 사촌형의 연인인 B씨와 술을 마시다 말다툼 끝에 소주병으로 B씨의 머리를 한 차례 가격했다. 이어 “너 죽이고 교도소 간다”며 유리병으로 한번 더 폭행하고 B씨가 의식을 잃자 빈 소주병으로 머리를 다시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B씨는 뇌진탕과 손가락 골절 등으로 3∼4주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A씨는 법정에서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고 부인했으나 법원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CC(폐쇄회로)TV 영상에서 소주병과 유리병이 산산조각 난 점으로 보아 강한 물리력이 행사된 것처럼 보인다”며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와 연결된 머리에 강한 타격을 받는 경우 사망할 위험이 크고 실제 두개골 내부에서 출혈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또 충격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B씨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재차 폭행한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살인 범죄는 사람의 생명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침해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하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비록 그 결과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형법상 살인미수죄는 미필적 고의를 포함한 살인의 고의로 실행에 착수했으나 사망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성립한다. 살인미수죄는 범죄의 외형상 폭행이나 상해죄와 유사하나 죄목에 따라 형량은 크게 달라진다. 살인미수죄의 형량은 최대 사형이지만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도 면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란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라며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4도74 판결)

 

실제로 지난해 서울북부지법은 살인미수죄와 재물손괴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살인미수죄를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피의자는 피해자를 협박하며 10초간 목을 조르고 휴대전화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흉기가 없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른 시간이 짧은 점, 범행 직후 112에 신고한 정황,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민 유정화 변호사는 “범행 수단과 행위의 지속성, 부상 정도 등이 살인에 대한 고의 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여러 차례 가격하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폭행을 이어간 점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살인미수죄의 미필적 고의는 피고인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멈추지 않은 경우에 성립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