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매달려 달리다 숨진 ‘파샤’…견주 첫 재판서 범행 부인

피고인 측 “범행 고의 없어”…다음 공판 이듬해 1월
강형욱 “처벌은 받아야 하지만 고의는 없어 보여”
동물단체 측 “강씨 발언 부적절, 폭력 본질 흐려”

 

자신의 반려견을 전기자전거에 매달고 달리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첫 공판에서 범행 고의를 부인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윤혜정 부장판사)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법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동의하지만 범행의 고의는 없었다”고 말했고 A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다음 공판 기일을 내년 1월 13일로 정했다.

 

앞서 A씨는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52분께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천안천 산책로에서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 ‘파샤’를 훈련용 목줄로 전기자전거에 매단 뒤 시속 10~15㎞ 속도로 30여분간 달려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시민들의 신고로 A씨는 현장에서 붙잡혔고 파샤는 동물보호센터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 현재 A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누구든지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이어 해당 조항 1호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해당 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법 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며 고의성이 없는 사실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결국 피고인의 행위가 ‘살해의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견을 전기자전거에 매단 채 달려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되면 제10조 제1항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며 “피고인이 살해 고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개가 죽을 수도 있음을 예견하고도 행위를 계속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18일 동물훈련사 강형욱씨가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파샤’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강씨는 “바이크저링(bike-joring)이라는 강아지가 자전거를 앞에서 끄는 스포츠가 있다”며 “강아지 상태를 보아가며 해야되는 스포츠인데 환경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을 학대라고 보는 것은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학대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해당 사건은) 물론 학대라고 생각하지만, (피고인이) 정말 학대를 하고 싶고 죽이고 싶어서 파샤를 데리고 나왔을까”라며 의문을 표하며 “(파샤의 보호자는) 마땅한 벌이 있겠지만, 다음 파샤가 나오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물보호권 단체 케어는 같은달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씨가 “폭력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케어는 “강씨는 ‘바이크저링’이라는 스포츠를 끌고와 이 사건이 단순 훈련 중 사고처럼 들리게 만들었다”며 “동물의 고통을, 명백한 의도적 학대행위를 훈련이나 스포츠로 치환하며 ‘정도’의 문제로 축소하는 언어기술은 폭력을 합리화하는 수사적 장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의 입장에서는 영향력있는 그의 가벼운 발언이 더 큰 위험한 행위”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