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도 헌법소원 대상 포함…‘재판소원제’ 국회 본회의 통과

헌재 심판 범위 확대…사법체계 변화 전망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이른바 ‘재판소원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7일 국회는 해당 개정안을 재석 의원 225명 가운데 찬성 162명, 반대 63명으로 의결했다. 법안은 24시간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 종료 이후 표결에 부쳐졌다.

 

표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개혁신당의 천하람·이주영 의원 등이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이번 처리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사법개혁 3법' 중 2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법원 판결 역시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점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재판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게 된다.

 

법안에는 재판소원 청구 요건도 명시됐다.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배치되는 판결을 내린 경우, 헌법이나 법률상 절차를 따르지 않은 재판,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등이 대상에 포함된다.

 

헌재가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법원은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제기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헌재가 판결 효력을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이 청구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각하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두고 사실상 사법 절차가 한 단계 늘어나는 ‘4심제’ 도입이라고 반발하며 전날 본회의 상정 직후 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7시 44분 종료 요건이 충족되면서 종결됐고 이후 표결이 진행됐다.

 

표결 과정에서는 여야 간 충돌도 발생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본회의장 내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3법 가운데 마지막 법안으로 꼽히는 대법관 증원 관련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이어 상정했으며 해당 법안은 28일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기존 헌법소원 제도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입법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 역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을 허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재판소원제 도입은 그동안 판례가 유지해 온 재판소원 금지 구조를 입법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제도 설계에 따라 재판의 최종성이나 법적 안정성, 사법기관 간 권한 배분 문제, 사건 증가 가능성 등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재판소원이 사실상 추가 심급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심판 대상의 범위, ‘명백한 기본권 침해’ 판단 기준, 효력정지 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건 집중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심리 부담을 고려한 사전심사 절차와 사건 관리 체계 마련도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