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길에 떨어진 돈을 주워도 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도심 한복판 차도 위에 5만 원권 지폐가 흩뿌려진 장면이 포착되면서 ‘돈벼락’ 상황에서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일 SNS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바닥에 5만 원이 있길래 엥? 하고 봤더니 차도에 5만 원권이 엄청났다”는 글과 영상이 올라와 조회수 30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뭐에 홀린 듯 차도로 들어가 지폐를 주웠고 차량들도 모두 멈춰 기다려줬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시민들이 흩어진 지폐를 줍는 모습과 경찰이 현장에서 돈을 회수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누리꾼들은 “하늘에서 돈다발이 내린 줄 알았다” “이게 실화냐”는 반응과 함께 “경찰에 돌려준 시민들이 양심적이다”는 보였다.
경찰 확인 결과, 누군가 고의로 돈을 뿌린 것이 아니라 지나가던 시민이 주머니 속 현금을 실수로 떨어뜨린 것으로 파악됐다. 분실 금액은 1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당사자는 “업무상 필요해 가지고 다니던 돈”이라고 진술했다. 범죄 혐의점은 없어 귀가 조치됐다.
길에 떨어진 돈, 법적으로는 ‘여전히 주인의 재산’
겉으로는 ‘주인 없는 돈’처럼 보이더라도 길바닥에 떨어진 돈은 법적으로 여전히 원래 소유자의 재산이다. 이를 주운 사람이 임의로 소비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법원은 도로와 지하철역 상가 등에서 습득한 현금이나 지갑을 사용한 사건들에서 대부분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인정해 왔다. 2022년 의정부지방법원은 택시 뒷좌석에 승객이 두고 내린 가방과 복지카드를 임의로 사용한 피고인에게 점유이탈물횡령 및 사기죄를 적용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길에서 주운 돈이 절도에 해당하는지 점유이탈물횡령에 해당하는지는 ‘점유’가 유지되고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점유는 손에 들고 있는 상태뿐 아니라 사회통념상 그 사람의 지배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대법원 2006도9338)고 판시해 왔다. 단순히 떨어뜨렸다고 즉시 점유가 상실되는 것은 아니며, 소유자가 되돌아와 찾을 가능성이 높다면 이를 가져가는 순간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
실제 2019년 인천지방법원은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리며 지갑을 떨어뜨린 뒤 약 1분 만에 다른 사람이 이를 가져간 사건에서 “시간 간격이 매우 짧아 피해자가 곧 찾으러 올 가능성이 높았다”며 절도죄를 인정했다. 반대로 상당 시간 방치돼 사실상 소유자의 지배가 끊어진 경우에는 점유가 완전히 이탈한 유실물로 보아 점유이탈물횡령죄만 적용된다.
장소·관리자 유무·시간 경과에 따라 판단 달라져
장소의 성격도 중요한 요소다. PC방, 상점, 대형마트 등 명백한 관리자가 있는 공간에서 발생한 분실물은 관리자의 점유 아래 있는 것으로 보아 가져가면 절도죄가 된다(대법원 2013도6198).
반면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승무원이 분실 사실을 인식해 점유가 개시되기 전까지는 누구의 점유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99도3963)
현행 형법 제360조는 유실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모든 경우가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남의 돈을 자기 것처럼 쓰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다. 습득 직후 경찰에 신고하거나 소유자를 찾으려는 조치를 취했다면 영득의사가 부정돼 처벌 위험이 낮아진다.
예외적으로 소유자가 명백히 소유권을 포기한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016년 서울광장에서 한 여성이 약 2200만 원 상당의 지폐를 시민에게 뿌린 사건에서 경찰은 “누구나 가져가라는 의도가 분명해 소유권 포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포기 의사는 사후 번복될 수 있어 현장에서의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돈벼락’ 현상이 단순 해프닝을 넘어 사회의 신뢰 수준을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흘린 돈이라도 여전히 주인의 점유 아래 있다는 것이 법 체계의 기본 원칙”이라며 “임의로 가져가 사용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나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시민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