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뺑소니로 형사 판결을 받아 당연퇴직 처리된 전직 군인이 군인연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퇴직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이상 연금이 한때 지급됐더라도 수급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전직 군인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군인연금 지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69%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에 따라 좌회전하던 택시를 들이받은 뒤 현장을 이탈했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자는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경추부 염좌상을 입었고, 차량 수리비 약 16만 원의 피해도 발생했다.
A씨는 군인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2006년 수원지방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등 혐의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같은 형사판결 사실은 A씨의 정년 전역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뒤늦게 확인됐다. 군은 형사판결 선고일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해 A씨를 제적하고 보충역으로 편입하는 당연퇴직 처분했다.
A씨는 2021년 퇴직수당과 퇴역연금 지급을 신청했고, 임관일부터 전역일까지 총 24년 1개월의 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군인연금 지급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퇴직수당과 퇴역연금을 합쳐 약 2억977만원이 지급됐으며, 2023년 1월까지 매달 약 111만원의 퇴역연금도 추가로 지급됐다.
국군재정관리단은 2023년 2월 퇴역연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어 A씨의 퇴직급여 지급 청구권이 이미 소멸시효를 완성했다는 이유로 약 2억2946만원을 환수하겠다고 통지했다.
형사판결에 따른 당연퇴직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연금 지급 결정을 할 당시 이미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A씨는 지난해 9월, 2023년 2월부터 지급되지 않은 연금을 포함해 퇴직급여를 다시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군재정관리단이 이를 거부하자 A씨는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국군재정관리단의 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퇴직급여 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며 “국군재정관리단이 시효 완성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연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군인연금법상 퇴직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