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는 요구에 연인을 폭행하고 감금한 데 이어 구속 이후에도 위증을 요구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서는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한 가해자에 대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SBS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에서 연인 관계에 있던 3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로 40대 남성 A씨가 기소됐다. A씨는 이후 B씨를 주거지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 감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현장 CCTV에는 A씨가 B씨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며 폭행하는 장면과 옷이 찢어진 채 난간을 붙잡고 저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B씨는 허벅지와 아킬레스건 등 신체 여러 부위에 상해를 입었다. B씨는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과 함께 위협을 받았고, 얼굴에 피가 흐를 정도로 폭행이 이어졌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말 교제를 시작한 두 사람은 약 석 달 뒤부터 A씨가 술을 마실 때마다 폭행이 반복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두 차례에 걸쳐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A씨는 이를 위반했고, 한 차례 구속된 이후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A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B씨에게 12장 분량의 손편지를 보내 위증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편지에는 관계 개선이나 혼인 사실을 언급하면 감형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교제폭력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폭력 입건 건수는 2018년 1만203건에서 2023년 1만3939건으로 5년간 37% 늘었다. 2024년 1~4월 신고 건수만 2만5967건으로, 하루 평균 214건에 달한다.
반면 구속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검거된 4395명 가운데 구속된 인원은 82명(1.87%)에 불과했고, 최근 5년 평균 구속률도 2.21%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교제폭력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률이 없어 현장에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임시로 적용해 분리 조치나 접근금지 명령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구조적 한계로 꼽는다.
이는 교제폭력과 가정폭력을 법률에 명시적으로 포함해 함께 규율하는 해외 사례와 대비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은 각각 여성폭력방지법과 가정폭력방지법에 교제폭력을 포함해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연인의 전과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도 시행 중이다.
일본 역시 스토커규제법과 배우자폭력방지법을 통해 교제폭력에 대응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적용 대상을 ‘생활 본거지를 같이하는 교제 관계’까지 확대했다.
최근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교제살인에 대한 공식 통계가 이달 말 새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반복되는 교제살인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통계가 부재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처럼 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한 채 감금·폭행을 저지르고, 구속 이후에도 위증을 요구한 행위는 단순한 교제 갈등을 넘어 중대한 형사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접근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는 가해자에 대해서는 처벌과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교제폭력이 매년 증가하는 만큼 관련 입법을 통해 사법적 공백을 보완하고, 관계 단절 이후의 위험까지 고려한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