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해소 방안이 가석방?…“재범 관리 부실부터 해결해야”

보호관찰 공백 속 가석방 확대 논란 확산
신규 교정시설 확충·재범방지 체계 병행 시급

 

교정시설 과밀 수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가석방 확대를 추진하면서 재범 관리 공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와 교정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석방 확대에 앞서 보호관찰 인력 확충과 재범 방지 체계 정비, 교정시설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석방 이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원지방법원은 경기 수원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폭발물이 설치된 것처럼 꾸며 자작극을 벌인 20대 배달 기사 A씨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동종 범죄로 복역한 뒤 가석방된 상태에서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가석방 상태에서의 재범이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통계에서도 가석방 이후 재범 문제는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가석방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0.49%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재범률은 2020년 0.41%에서 2022년 0.45%로 상승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0.48%와 0.36%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재범률 증가는 보호관찰 제도의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모텔 흉기 난동 사건의 가해자 역시 성범죄 전력으로 복역한 뒤 보호관찰을 받던 인물이었다.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전자감독이나 치료 연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거주지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보호관찰 제도가 실질적인 개입보다는 통제와 출석 확인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대상자가 90명에 육박하는 구조에서는 개별 대상자의 심리 변화나 위험 신호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범 위험 평가 결과가 치료나 개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가석방 확대는 관리 공백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2026년 가석방 확대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재범 위험이 낮은 수형자를 중심으로 가석방 목표 인원을 올해보다 30%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는 “2024년 기준 가석방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의 약 11분의 1 수준”이라며 가석방 인원을 늘려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계획대로 시행될 경우 내년 월평균 가석방 인원은 올해 1032명에서 약 134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가석방자는 1만1115명이었고, 올해는 1만2228명으로 집계됐다.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조기 석방된 가석방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549명으로 전체의 25.6%를 차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형기 70% 미만 가석방자는 연간 3000명 안팎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밀 수용 문제를 가석방 확대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보호관찰 인력 확충과 임상 치료 인력 강화 없이 가석방 인원만 늘릴 경우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행정 편의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석방 기준의 불명확성도 논란이다. 모범적인 수형 생활이나 개전의 정과 같은 추상적 기준만으로는 재범 가능성을 충분히 걸러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력 범죄자나 중독 성향 범죄자가 수형 중 규율 위반이 적다는 이유로 가석방된 뒤 다시 범행을 저지른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법부 내부에서도 가석방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김성주 부장판사는 여성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최신종에게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실무 경험상 살인죄나 강간죄 등 강력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형 집행 중 가석방돼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다수 접했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문제는 무기수 가석방 제도 역시 사실상 작동을 멈춘 상태라는 점이다. 2010년 형법 개정 이후 무기수 가석방 요건이 강화되면서 법률상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운영은 중단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5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무기수는 1709명이었지만, 같은 해 가석방된 무기수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무기수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출구는 막혀 있는 상황에서, 과밀 수용 해소를 가석방 확대만으로 접근할 경우 일반 수형자 중심의 조기 석방만 늘리고 장기 수형자 관리 문제는 외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과밀 수용 문제 해결 방안을 가석방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교정시설 신규 건설과 기존 시설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가석방은 과밀 수용을 완화하기 위한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며 “재범 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공개하고 가석방 이후 보호관찰과 치료 개입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시설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주민 반발을 이유로 국가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