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1명이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1인 1기관’ 원칙이 의료법인에는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A씨 사건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의료법인 대표로 치과를 운영하면서 별도의 사단법인 명의를 이용해 치과와 의원 등 의료기관 4곳을 추가로 개설·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결과 A씨는 각 의료기관의 자금 조달, 인력 채용, 급여 결정 등에 관여하며 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의료인이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상 ‘1인 1기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가 자신 소유의 상가에서 약국을 독점 운영할 수 있는 것처럼 임차인을 속여 임대차 보증금과 권리금 등 6억 원을 편취하고, 의료법 위반 사실을 숨긴 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 3억6000만 원을 청구했다며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를 활용해 복수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경우 ‘1인 1기관’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약국 독점영업권을 둘러싼 임대차 계약상 기망행위와 ▲의료법 위반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청구가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사단법인 대표와 병원 직원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 의료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하면서도 약국 임대차 및 요양급여 관련 사기 혐의는 유죄로 유지했다. 다만 의료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요양급여 청구 자체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정당한 자격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료법인 경영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1인 1기관’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반이 인정되려면 실질적인 재산 출연이 없어 실체가 부정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나 법인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공공성·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등, 형식만 갖춘 채 탈법적으로 악용한 추가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A씨가 직접 운영한 치과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들에 대해 중복 운영 기간과 구체적인 운영 방식, 의료법인의 실체 여부 등이 다시 심리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