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디지털 성범죄 압수수색, 절차 적법성 폭넓게 판단해야”

대법, 법리 오해 취지 파기환송
불법영상물 범행 특성상 '적법'

 

디지털 성범죄 수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불법 촬영물’ 관련 압수수색의 절차적 적법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소지 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앞서 1심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혐의에 대해 무죄, 성인 불법 촬영물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이 판단을 유지했지만 대법원은 법리 오해를 이유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수개월 동안 온라인에서 내려받은 다수의 불법 촬영 음란물을 컴퓨터에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불법 촬영물 추적 시스템을 통해 A씨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발견됐다.

 

검찰은 불법 촬영물 소지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혐의를 나눠 기소했지만 1심은 성착취물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두 범죄는 입법 목적과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인 만큼 성착취물이 새로 발견될 때마다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압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자정보에 대해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며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수집한 증거는 적법절차 원칙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두 범죄는 모두 인터넷에 유포된 불법 영상물을 내려받는 동일한 범행 특성을 갖고 있고, 피고인이 어떤 종류의 불법 영상물을 소지했는지는 압수수색 전에는 알기 어렵다”며 “각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점, 불법 촬영물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유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행유예로 인한 당연퇴직은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는 징역형만 규정돼 있어 재판부로서는 선고유예가 가능한 최대한의 선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