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입주가 계약서에 기재된 예정일보다 1년 이상 지연됐다면, 시행사가 전쟁이나 감염병 등 외부 변수를 이유로 들더라도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민사15단독 우정민 부장판사는 수분양자 A씨가 울산의 B주택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B조합이 A씨에게 약 27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B조합과 오피스텔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3700여만 원을 납부했다. 계약서상 입주 예정일은 2024년 8월이었으나, 조합 측은 공사 관련 민원,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입주 시기를 수차례 연기했다.
결국 사용승인 시점은 당초 예정일보다 1년 1개월 늦은 2025년 9월로 미뤄졌다. 이에 A씨는 입주 지연을 이유로 계약 해지와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했다.
조합 측은 계약서에 ‘공정에 따라 입주 예정일이 변경될 수 있다’,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며 환불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합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입주 예정일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장기간의 입주 지연은 수분양자의 자금 조달과 입주 계획 수립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 체결 당시인 2021년은 이미 코로나19가 장기간 확산된 이후였고, 자재비 상승이나 수급 불안 역시 충분히 예견 가능한 위험에 해당한다”며 “이를 계약 해제를 제한하는 불가항력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분양계약의 핵심 의무인 목적물 인도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이행지체’에 해당한다고 본 판단이라고 설명한다.
입주 예정일이 분양계약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1년을 넘는 지연은 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른다는 취지다. 또 ‘공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조항 역시 시행사에 무제한적인 입주 연기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반환 범위에 대해서는 조합이 대납한 중도금 대출 이자 등을 공제한 금액만 돌려주도록 했다. 이에 따라 A씨가 청구한 분양대금 전액이 아닌 일부만 인용됐다.
이번 판결은 최근 법원이 입주 지연 분쟁에서 전쟁, 감염병,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시행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불가항력 사유로 엄격하게 제한해 해석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입주 예정일이 상당 기간을 초과해 지연될 경우, 계약서상 면책 조항이나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수분양자의 계약 해제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분양계약에서 입주 예정일은 단순한 참고 일정이 아니라 계약의 핵심적 요소”라며 “예정일을 1년 이상 초과하는 지연이 발생했다면, 시행사가 외부 사정을 이유로 들더라도 수분양자의 계약 해제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