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소년 5명 중 1명 “도박 목격”…경험·노출 모두 급증

1년 사이 2배 증가…스마트폰 중심 확산
초등 고학년부터 시작…“2차 범죄 우려”

 

서울 지역 청소년 사이에서 도박 경험이 늘어나면서 청소년 도박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28일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2월 9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서울 지역 학생 3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도박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20.9%로 나타났다. 2024년 조사 당시 10.1%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실제 도박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2.1%로 전년도 1.5%보다 늘었다.

 

도박 경험 학생 가운데 남학생 비율은 69.6%였다. 도박을 처음 접한 시기로는 초등학교 5학년이 가장 많이 꼽혔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중학교 1학년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도박 시작 연령이 더 낮아진 셈이다.

 

도박 접근 경로는 온라인이 압도적이었다. 도박 경험자의 약 80%가 인터넷을 통해 도박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용 기기로는 스마트폰이 6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개인 휴대기기를 통해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청소년 도박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는 친구나 또래의 권유가 4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이버 광고를 통해 알게 됐다는 응답도 18.6%에 달했다. 경찰은 불법 도박 광고가 청소년 생활 공간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용돈이나 저축을 사용했다는 응답이 76.2%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갈취나 사기, 학교폭력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돈을 마련했다는 응답도 2.8%로 나타나 도박이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확인됐다.

 

문제는 많은 청소년이 도박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을 원칙적으로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또 사설 스포츠토토 등 불법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청소년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청소년이라고 해서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형법은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형벌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대신 이 연령대는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또 ‘도박 금액 기준’이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점도 청소년들이 도박을 가볍게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형법은 단순히 금액으로 처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일시오락 정도’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법원 역시 도박이 단순한 오락 수준인지 여부를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

 

2017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일시오락 정도에 해당하는지는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상태, 재물의 근소성,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금액이 적더라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온라인 상시 도박 형태라면 일시오락으로 보기 어렵고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박으로 인해 빚을 진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13.8%였다. 빚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부모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이 15.1%로 가장 많았고 친구나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는 응답이 13.9%로 뒤를 이었다. 일부는 중고물품 사기나 불법 대부업 이용 등 범죄와 연관된 방법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겨울방학부터 새 학기 초까지인 2월부터 4월을 ‘청소년 도박 집중 예방·관리 기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경찰은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스쿨벨 시스템을 통한 경보 발령, 청소년 도박 관련 첩보 수집 강화, 불법 계좌 추적을 통한 자금 흐름 차단 등에 나설 방침이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을 추진하고 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에게 상담과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연계할 계획이다.

 

새 학기에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도박 위험이 높은 학교를 중심으로 맞춤형 예방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