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환으로 힘들어해서”…어머니 살해한 아들, 징역 15년 구형

최근 생활고·간병부담 사건 잇따라
간병살해 지난 18년간 228건 추정
고령화 속 돌봄 공백 대책 필요성

 

치매를 앓던 70대 모친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중형을 구형받았다. 장기간 간병 부담이 범행 배경으로 제시되면서 간병살해 사건에서 양형 판단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오창섭)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경기 포천시 이동면 자택에서 70대 모친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타지에 거주하던 가족이 모친의 사망 사실을 접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어머니가 오랜 병환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범행에 이르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2009년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해 왔고, 2018년에는 치매 증세를 보이던 어머니가 낙상 사고까지 당하면서 거동이 불편해졌다”며 “피고인은 어머니의 식사를 챙기는 등 간병을 홀로 전담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증세가 갈수록 악화되는 어머니를 보며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했고, 순간적으로 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려야 한다는 잘못된 판단에 이르러 이 사건 범행에까지 이르렀다”며 “범행 이후 극심한 죄책감으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실로 참담하고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하루하루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며 “정서적 탈진과 인지적 왜곡 등 극단적 심리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과 유족이 피고인을 용서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유사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중증 치매를 앓던 80대 모친을 살해한 뒤 시신을 트럭에 싣고 다닌 60대 남성 C씨가 존속살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C씨는 전남 장성군의 한 선산 인근에서 80대 모친 D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트럭 적재함에는 이불과 생활용품 등 생활 흔적이 남아 있었으며, C씨는 자택이 아닌 트럭에서 모친과 함께 생활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형편이 어려워 힘들다. 내가 죽으면 화장해 달라”는 취지의 신변을 비관하는 메모도 발견됐다.

 

형법 제250조 제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간병 부담과 연민의 동기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해 왔다.

 

2024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치매가 악화된 모친을 간병하던 중 생활고와 건강 악화로 차량을 바다로 몰아 모친과 친형을 숨지게 한 피고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전과가 없는 점, 남은 유족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2018년 부산지방법원도 카드빚과 대출금 연체 등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던 중, 자신이 사망할 경우 돌볼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모친 살해를 결심한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친 사망 이후 약 15년간 결혼을 미루고 모친을 부양해 온 점과 범행 이후 산속에서 노숙하며 물 외에는 음식을 먹지 않았던 죄책감의 정황이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

 

간병살해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 통계는 없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확인된 간병살해 사건은 총 228건(추정)이다. 2011년까지는 연간 한 자릿수에 그쳤으나 2012년 10건, 2019년 26건으로 증가했다.

 

가해자의 극단적 선택 등으로 공소권 없음 처리됐거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간병 요인이 배제된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간병살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간병살해 사건은 범행 동기에 일정 부분 연민의 사정이 존재하더라도 생명 침해라는 결과의 중대성 때문에 법원이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는 영역”이라며 “간병 부담이나 심리적 탈진이 양형에 참작되더라도 실형 선고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사건마다 간병 기간과 강도, 대체 가능한 사회적 지원이 있었는지 여부,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형을 정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간병살해 문제를 개인의 범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제도적 돌봄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