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와 관련해 한국 등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파병 여부와 절차를 둘러싼 법적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해협의 개방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 군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히며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을 언급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해 주요 이해당사국들이 해상안전 작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군함 파견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며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하며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라며 중동 정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우리 선박 보호를 위한 ‘호위 작전’ 성격이라면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 해군 청해부대는 2020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독자적인 선박 호위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해상 작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작전의 형태와 임무 범위에 따라 국내 법적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법상 군함 파견이 ‘참전’에 해당하는지 여부보다는 헌법상 국군의 외국 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헌법 제60조 제2항은 국회가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해외 파병에는 원칙적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도 과거 이라크 파병 사건에서 해외 파병 절차의 기본 구조를 설명한 바 있다. 헌재는 “국군을 외국에 파견하려면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은 뒤 대통령의 파병 결정과 국방부 장관의 파병 명령 등을 통해 비로소 파견 군인에게 직접적인 법률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했다(헌재 2003.12.18. 2003헌마225).
다만 헌재는 국무회의의 파병동의안 의결 자체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파병 정책을 심의·의결한 국가기관 내부의 의사결정 행위에 불과하고 국민에게 직접적인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결정에서도 헌재는 국군의 해외 파견과 같은 사안은 국가안보와 대외정책 판단이 결합된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헌재는 “국군의 외국 파견은 국가안보와 대외관계에 관한 복합적인 판단을 수반하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의 영역에 속한다”고 밝히며 사법적 판단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03헌마814 등).
이번 사안의 경우 작전 성격에 따라 적용되는 법적 틀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유엔이 요청한 평화유지활동(PKO) 형태라면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파견 지역과 필요성, 규모, 기간, 임무, 안전대책 등이 포함된 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
반면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상 안전 작전 형태라면 PKO 참여법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헌법상 국회 동의 문제는 별도로 제기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예상된다. 다국적 군의 해상 안전 작전에 참여할 경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한국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반대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파병 목적과 임무 범위, 작전 기간, 안전 대책 등을 둘러싸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