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무게=형량?’...마약 형량 산정의 기준은

 

마약 범죄와 관련해 널리 퍼져 있는 인식 가운데 하나는 마약의 무게가 곧바로 형량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재판 실무에서는 마약의 중량이 중요한 판단 요소이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형량이 자동적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법원은 행위 유형과 적용 법조, 가중 규정, 양형기준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해 구체적인 선고형을 정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송병훈)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5년 9월 중 두 차례에 걸쳐 미국에서 밀반입된 필로폰을 항공특송화물을 통해 국내로 수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내로 반입된 필로폰의 양은 각각 938g과 3.9kg으로, 수사기관은 약 1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검찰은 범행이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수입된 마약의 양이 막대하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출범 이후 첫 구속 기소 사례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강한 중독성과 전파 가능성으로 인해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며 “피고인이 수입한 필로폰의 양 역시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다량의 마약을 취급했다는 점은 명백한 가중 사유로 평가됐다.

 

다만 법원은 해당 마약이 인천공항 세관에서 적발돼 국내에 실제로 유통되지는 않은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마약 범죄의 경우 수입·제조 단계에 그쳤는지, 실제 유통·판매로 이어졌는지가 형량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A씨는 법정에서 특송 화물에 필로폰이 들어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은닉 수법과 범행 경위 등을 종합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마약 범죄에서 형량은 통상 세 단계에 걸쳐 결정된다. 우선 행위 유형과 마약의 종류가 판단 기준이 된다.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필로폰(향정 나목)을 수입한 경우, 마약류관리법상 기본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한다. 마약의 중량과 무관하게 수입·제조·매매·투약 중 어떤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다음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적용 여부다. 특가법은 마약의 무게 자체가 아니라 가액, 즉 시가를 기준으로 처벌을 가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은 수입 범행의 경우, 가액이 500만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7년 이상, 5,000만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으로 정해진다.

 

실무에서는 압수된 마약의 중량과 암거래 단가를 토대로 가액이 산정되기 때문에, 중량이 결과적으로 특가법 적용 여부를 좌우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특가법상 가액은 단순한 양형 요소가 아니라 가중적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만큼, 법원은 객관적인 가액 산정과 함께 피고인이 해당 가액에 대해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별도로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재판에서는 5,000만 원 이상 가액이 산정되더라도 그 인식이 증명되지 않아 해당 구간 적용이 부정되는 사례도 있다.

 

법정형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선고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이 참고된다. 필로폰 수입과 같은 수출입·제조 범행의 경우 기본 권고형은 징역 4년에서 7년 사이로 제시돼 있으나, 특가법이 적용돼 대량범으로 분류되면 권고형은 징역 5년에서 8년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된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마약 범죄에서 법 조문이 곧바로 ‘몇 g이면 몇 년’ 식으로 형량을 정하는 구조는 아니다”며 “행위 유형과 마약의 분류에 따라 기본 법정형이 정해지고, 가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특가법이 적용돼 법정형 하한이 크게 올라가며, 이후 양형기준을 통해 구체적인 선고형이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중량이 커질수록 가액이 커지고, 그에 따라 특가법 적용과 대량범 판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형 가능성과 형량이 크게 높아지는 경향은 분명하다”며 “‘마약의 무게만으로 형량이 정해진다’는 인식은 정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중량이 재판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