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위임계약에서 계약 해지 사유와 절차 등 손해배상 책임을 별도로 정해둔 경우에는 민법의 임의규정이 아닌 계약 내용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원단 도소매업을 하는 개인사업자 A씨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A씨 업체와 삼성물산은 2011년 11월 숙녀복 원단 판매를 위한 영업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1년 단위 자동갱신 방식이었다. 업체는 삼성물산이 생산하는 숙녀복 원단 판매 권한을 위임받아 판매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2022년 3월 ‘직물 사업을 철수하기 때문에 접수된 수주까지만 사업을 진행하고 기존 수주분에 대해서는 취소해달라’는 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했다.
업체는 계약 존속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해지돼 수수료 수입을 얻지 못했다며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은 삼성물산이 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위임계약 해지에 관한 민법 규정과 당사자 간 약정의 관계였다.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의 경우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나,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다.
대법원은 계약에서 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원인을 별도로 정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계약 제11조 제3항은 ‘별도의 해지 사유가 없더라도 3개월 전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지 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조항은 없었다.
대법원은 “약정에서 정한 해지 사유 및 절차에 따르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 책임 역시 약정에 따라 규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원인을 별도로 정한 것은 임의규정인 민법 제689조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취지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계약 조항의 해석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민법 규정을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보고 판결을 파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