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도주하다가 또다시 사고를 일으켜 40대 가장을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과거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고도 다시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은 끝에 벌어진 참사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최지봉 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11시 51분경 경기 남양주시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5%(면허정지 수준)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오토바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추궁하자 A씨는 차량을 몰아 현장을 벗어났고, 도주 과정에서 40대 B씨와 10대 아들 C군이 함께 타고 있던 오토바이를 다시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냈다.
당시 신호 대기 중이던 B씨의 오토바이는 충격으로 튕겨 나가 앞에 정차해 있던 택시 등 승용차 2대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고, C군은 발목을 다쳤다.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범행은 음주운전으로 형이 확정된 뒤 10년 이내 다시 술에 취해 운전한 경우에 해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해할 수 있는 반사회적 범죄인 음주운전으로 성실히 근무하던 평범한 시민이자 누군가의 배우자이자 아버지였던 피해자의 생명을 순식간에 빼앗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히 함께 귀가하던 아들은 현장에서 아버지가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하게 돼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커다란 슬픔과 고통을 겪게 됐다”며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1명을 제외한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반면 음주운전 적발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재범을 저질렀음에도 실형을 면한 사례도 있다.
같은 날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4단독(권순범 판사)는 음주운전 및 무면허 운전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준법운전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일 오후 9시 20분경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 도로에서 약 1㎞ 구간을 무면허 상태로 음주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59%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씨는 같은 해 4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지 약 5개월 만에 다시 동종 범죄를 저질렀고, 2005년과 200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에서 A씨는 “배우자와 이혼한 뒤 홀로 세 자녀를 부양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에 적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동종 범죄를 저지른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고인의 개인적 사정을 고려해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제148조의2 제3항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부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단계적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음주운전 재범은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의 ‘2020~2024년 음주운전 적발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으로 적발된 음주운전은 총 61만 273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11만 7549건, 2021년 11만 5882건, 2022년 13만 283건, 2023년 13만 150건, 2024년 11만 8874건으로 매년 11만 건을 웃돌았다.
재범률 역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재범률은 2020년 45.4%, 2021년 44.5%, 2022년 42.2%, 2023년 42.3%, 2024년 43.8%로 평균 43%대를 유지했다. 단속과 처벌이 반복돼도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수치다.
실제 ‘윤창호법’ 시행 이후 선고된 음주운전 관련 판결 6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6%에 그쳤다. 집행유예는 5200여 건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했고, 벌금형은 약 15%였다. 전체 판결 가운데 94%가 실형을 면한 셈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음주운전은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반복될수록 인명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죄”라며 “법이 혈중알코올농도와 재범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위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에서는 초범 여부나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음주운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법정형 상향뿐 아니라 실형 선고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