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애널리스트가 제3자 명의로 주식을 먼저 매수하게 한 뒤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해당 종목을 추천하는 보고서를 냈다면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어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애널리스트 A씨 에게 원심 판결 중 사기적 부정거래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기소된 이진국 전 하나증권 대표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의 핵심은 구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가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계획·기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동 조항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른바 ‘스캘핑(scalping)’ 유형도 이 조항에 의해 규율돼 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가 공표되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용해, 보고서 발표 전에 특정 종목을 소속 증권사 대표와 장모에게 매수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보고서 공표 뒤 주가가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얻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47개 종목에서 약 1억3962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장모 역시 9개 종목을 통해 약 1393만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1심과 2심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직접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고 제3자와의 공모나 수익 배분 약정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가 직접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고, 제3자와 수익 배분 약정이나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제3자의 보유 사실까지 고지해야 할 명문의 법령상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구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계획·기교’에는 사회 통념상 부정하다고 평가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될 수 있다”며 “어떤 행위가 부정한지 여부는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추천자의 이해관계가 본인 보유에 한정되지 않는 이상, 제3자가 해당 증권을 보유한 경우라도 그 보유가 추천자의 행위와 결합해 투자자에게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불공정거래가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직접적인 이익 취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산상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제3자 선행보유 유형의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투자자문업자 등과 제3자의 관계, 제3자가 해당 증권을 보유하게 된 경위, 이익 취득 의도 여부, 실질적 투자 판단 주체가 누구인지,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평판이나 정보 교환 기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존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 보고서에 “외부 압력이나 간섭 없이 신의성실하게 작성했다”, “제3자에게 사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문구가 기재된 점에도 주목했다.
대법원은 “투자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신뢰해 투자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로는 보고서 발표 전에 특정 종목을 매수하도록 한 이상 이는 그 기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매매 수량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등 사실상 투자 판단의 주체로 기능했고, 추천 종목을 사전에 알린 행위는 “실질적으로 자료를 사전 제공한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서울고법에서 심리·판단을 받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