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불꽃 속에서 다시 서는 출소자”…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울산지부를 가다

역세권 입지에 대기업 후원 결합
자립 준비 돕는 3단계 관리 체계
수시 개강 맞춤형 용접·배관 교육

 

출소 이후의 삶은 교정시설 밖에서 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형기를 마쳤다고 곧바로 안정적인 일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거와 일자리, 사회 적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 복귀 과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이 같은 공백을 줄이기 위해 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기관들이 운영된다. 울산 태화강역 인근에 위치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울산지부도 그중 하나다. 이곳은 일정 기간 숙식과 생활을 지원하는 시설과 함께 기술교육, 취업 연계,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상자의 사회 적응을 돕는다.

 

특히 울산기술교육원에서는 용접·특수용접 및 배관 교육이 이뤄진다. 산업도시 울산의 구조를 고려해 현장 투입이 가능한 기술 습득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생들은 작업장에서 반복 실습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이후 취업 연계를 통해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한다.

 


관리와 지원으로 재범을 낮추다


한국법무보호복지 공단의 현장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왜 범죄자를 돕느냐”는 것이다. 남상협 울산지부장은 “가해자는 한 명일 수 있지만 피해자는 수십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대상자를 사회 안에서 관리하고 적응을 돕는 것이 추가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되는 극단적 사례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음주운전이나 생계형 범죄로 보호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들을 사회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역사회의 우려도 현실이다. 신상정보 고지 대상자가 입소하면 주소지를 이곳으로 전입해야 하고, 관련 통지가 인근 거주자에게 전달된다. 이에 따라 문의와 민원이 뒤따르기도 한다.

 

남 지부장은 외출·외박 관리와 보호관찰 연계를 통해 통제가 이뤄지는 만큼 대상자를 관리 체계 안에 두는 편이 오히려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울산지부의 강점으로는 지역 대기업의 참여가 꼽힌다. HD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OIL, 풍산, SK에너지, 한국동서발전 등 울산 산업단지 주요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남 지부장은 “울산은 대기업 기반 산업도시인 만큼 지원 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후원과 프로그램 협력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의 입지도 또 다른 강점이다. 울산지부는 태화강역 인근 역세권에 위치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고, 생활 인프라도 갖춰져 있어 사회 적응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행복이음센터, 맞춤형 정착 지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운영하는 ‘행복이음센터’는 조건부 가석방 보호대상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거주형 시설이다.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왔지만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환영받지 못해 거처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같은 주거 공백은 생계 불안과 맞물려 재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행복이음센터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숙식 지원과 함께 직업훈련, 심리 상담, 자립생활 교육을 제공한다.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자를 위한 거주형 사회복귀 지원시설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법무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송호준 계장은 “입소 과정을 초기와 중기, 후기 단계로 나눠 맞춤형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운영은 3단계 구조로 이뤄진다. 초기 단계에서는 면담을 통해 생활 환경과 성향을 파악하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숙식·심리·취업 담당자가 협의체를 구성해 지원 방향을 마련한다.

 

중기 단계에서는 직업훈련과 자립 계획을 실행하면서 심리 상담을 병행한다. 사회 복귀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정서적 안정도 함께 관리한다. 후기 단계에서는 취업 연계에 집중하며 실제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신청은 가석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을 통해 가능하다. 다만 지원 대상은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통상 3년 이상 장기수 가운데 형기가 6개월 이상 남은 가석방 대상자여야 하며, 동시에 센터 입소 의사가 있는 경우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이후 각 교정시설의 자체 기준에 따른 가석방 심사를 거친 뒤, 입소 희망자가 확정되면 지부 관계자와의 사전 상담을 통해 센터 입소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울산지부에는 대상자 3명이 생활하고 있다.

 

가석방과 관련한 오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남 지부장은 “가석방 심사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결정한다”며 “공단은 사전 상담과 입소 준비를 지원할 뿐 심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청이 곧 가석방 결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용접·배관 기술로 여는 새 출발


 

울산기술교육원 문을 열자 금속이 타는 냄새와 함께 붉은 불꽃이 번졌다.

 

보호구를 착용한 교육생들은 각자의 작업대 앞에서 토치를 움직였다. 한쪽에서는 용접 비드를 다듬는 금속 마찰음이 이어졌고, 다른 작업대에서는 기술교육을 담당하는 박중재 계장이 교육생의 자세를 짚어가며 교정하고 있었다.

 

울산지부의 기술교육 과정은 크게 두 갈래다. 용접·특수용접기능사와 배관기능사 과정이다. 기술교육원의 연간 목표 교육 인원은 110명이다. 정해진 학기 없이 인원이 채워지면 바로 개강하는 수시 운영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 계장은 “일반 학원은 한 달에 20~30명을 같은 진도로 가르치지만 이곳은 10명 안팎의 소규모 교육이라 개별 지도가 가능하다”며 “오늘도 2명이 새로 입소하면 하루 동안 집중 교육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교육생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도 전시돼 있다. 용접 기술로 만든 장식품과 배관을 연결해 만든 잠수함·용 모형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실습 결과물을 넘어 교육생의 기술 숙련도를 보여주는 작업물이다.

 

박 계장은 “기능사부터 산업기사, 기능장까지 단계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며 “기술을 축적하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목표는 자격증 취득에만 머물지 않는다. 교정시설 생활을 거친 교육생 상당수는 사회 복귀에 대한 불안과 위축을 안고 입소한다. 취업 지원을 맡은 김진환 팀장은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존감 회복”이라며 “질책보다 격려가 먼저다. ‘잘했다’,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면 표정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 작업복을 입고 하루 실습을 마치는 과정은 교육생들에게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다시 사회로 나아갈 감각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