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약물운전 처벌 대폭 강화…측정 거부도 형사처벌

개정 도로교통법 4월 2일부터 시행
처벌 3년 이하 → 5년 이하 징역 상향

 

다음 달부터 약물 운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지만 최근 마약이나 처방약 복용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약물 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여전히 낮다며 의료진의 안내와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경찰과 관계기관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4월 2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개정안은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할 경우 처벌 수위를 기존보다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던 처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경찰의 약물 검사 요구를 거부할 경우에도 약물 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새로 도입됐다.

 

기존 도로교통법 체계에서는 음주측정 거부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있었지만 약물 운전과 관련한 검사 요구 거부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로교통법 제44조는 경찰이 음주운전이 의심될 경우 운전자에게 호흡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운전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별도의 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실제로 음주측정 거부 처벌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규정돼 있고 헌법재판소도 여러 차례 관련 사건을 판단한 바 있다.

 

반면 약물 운전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45조에서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지만 약물 검사 요구를 거부했을 때 이를 약물 운전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명확한 규정은 없었다.

 

약물 운전은 단순히 마약류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수면제 등 약물의 영향으로 운전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할 경우 면허 취소나 정지 처분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마약 투약 후 운전뿐 아니라 병원 처방약 복용 이후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대교에서는 약물을 투약한 상태로 포르쉐를 운전하던 30대 여성이 차량을 몰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차량 내부에서는 프로포폴 주사제와 진정 마취제 그리고 주사기 등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8일에는 서울 용산 일대에서 벤틀리를 운전하던 30대 남성이 차선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이 약물 검사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해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차량에서는 액상 담배 형태로 보이는 미확인 약물 키트가 발견됐다.

 

마약 투약 상태에서 위험 운전을 한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경기 용인 세종포천고속도로에서는 대마를 흡입한 운전자가 약 10㎞ 구간을 역주행하며 여러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고 이후 경찰에 붙잡혔다.

 

병원 처방약 복용 뒤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확인됐다. 올해 1월 서울 광진구에서는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뒤 운전을 하던 30대 여성이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비슷한 시기 서울 강남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 운전자가 4중 추돌 사고를 일으켜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사 결과 해당 운전자에게서는 불면증 치료 등에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검출됐다.

 

마약 범죄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검거된 의료용 마약류 관련 사범은 65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9% 늘어난 수치다.

 

약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약물 또는 마약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237건으로 전년 163건보다 약 45% 늘었다.

 

전문가들은 약물 운전의 경우 음주운전과 달리 혈중알코올농도처럼 명확한 수치 기준이 없어 단속과 처벌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약물 운전은 음주운전과 달리 운전 가능 여부를 수치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의료진이 처방 단계에서 운전 위험성을 충분히 안내하고 운전자 역시 약물 복용 후 운전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 운전은 운전자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행위인 만큼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