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중 상해…법원 “소극적 방어는 처벌 안 돼”

정당방위 인정 기준 재확인…

 

과거 교제하던 남성과 몸싸움을 벌여 상해를 입힌 70대 여성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은 정당방위에 준하는 행위로 판단돼 무죄가 선고되면서, 몸싸움 상황에서의 책임 범위와 정당방위 인정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 기희광 판사는 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72·여)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B씨(77)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2024년 11월 14일 오전 10시 40분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아파트 1층 현관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내려온 B씨를 현관에서 마주친 뒤 넘어뜨리고, 목을 조르거나 팔과 손을 물어 다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과거 연인 관계였다. 사건 당시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는지를 두고 진술이 엇갈렸다. A씨는 교제 중이었다고 주장했고 B씨는 약 15년간 관계를 이어온 뒤 3년 전 정리했다고 진술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A씨가 사건 일주일 전에도 B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당시 상황을 상호 간 폭행으로 보고 두 사람 모두를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CCTV 확인 결과 B씨가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했고 이를 A씨가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는 A씨의 행위에 대한 소극적 방어에 해당할 뿐 폭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은 불리한 사정”이라고 판단했다.

 

형법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이나 타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정당방위다.

 

법원은 외형상 몸싸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한쪽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범위 내 행위라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신고를 시도하거나 현장을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최소한의 접촉 역시 방어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 사건처럼 신고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접촉은 공격이 아니라 방어로 평가될 수 있다”며 “다만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