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다

‘우연한 발견’과 ‘별건 수사’는 달라
전자정보 임의출력·복제 위법한 압수
별건 수사 시엔 추가 영장 발부 원칙
영장은 수사기관 권한 제한하는 경계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압수물도 확보됐고 국과수 결과도 나와 1심 판결까지 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체념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면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제한되니 재판은 멀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을 다투어 증거능력 배제를 이끌어내는 사례들이 생긴다. 그 사건들도 이미 다 확정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영장이 정한 선을 넘는 순간부터 증거는 흔들렸다.

 

영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헌법이 그어놓은 경계다. 그 선을 넘은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무너질 수 있고 항소심은 그 경계를 묻는 절차의 재판이다.

 

한 사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을 수사한 경우를 들어보면, 수사기관은 케타민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필로폰 관련 전자정보를 보았고, 별도 영장 없이 추가 탐색·복제·분석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르면 압수·수색·검증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는 혐의사실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 혐의를 ‘탐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전자정보는 특히 위험하다. 휴대전화 하나에 수년 치 삶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위 제한이 더 엄격해야 한다.

 

대법원 2021모1586 결정도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은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며, 관련성 구분 없이 임의로 출력·복제하는 행위는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라고 보았다.

 

즉 우연히 필로폰 관련 내용이 눈에 띄었다 해도, 이를 근거로 키워드 검색, 대화방 통째 복제, 사진·메모 전체 다운로드, 클라우드 자료 확보 등까지 넓혀가는 순간 우연한 발견이 아니라 별건 수사가 된다. 그 순간에는 원칙적으로 추가 영장이 필요하다.

 

수사기관은 영장 집행 중에 발견됐다고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면 “케타민 영장이 없었어도 그 필로폰 전자정보를 지금처럼 확보할 수 있었나?”가 된다. 결국 케타민 영장을 발판으로 별건의 문을 연 것이다.

 

필로폰 전자정보가 케타민 혐의와 실질적으로 무관하다면 그 탐색·복제는 위법수집증거로서 항소심에서 배제 주장의 대상이 된다.

 

또한 디지털 증거의 처리 등에 관한 규칙 제16조는 전자정보 압수·수색·검증 전 과정에서 피압수자 등의 참여 보장을 요구한다. 전자정보와 연결된 수사에서는 ‘선별’이 핵심인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골랐는지가 불명확하면 수사는 과잉으로 흐르기 쉽다.

 

통지와 참여는 원칙이고 정말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만 예외가 논의된다. ‘나중에 알려줬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왜 즉시 통지할 수 없었는지 기록으로 설명돼야 한다.

 

더구나 현장 압수물이 별건 전자정보의 산물이라면, ‘전자정보 → 장소 특정 → 단독 압수’라는 연결이 성립한다. 앞단의 위법이 뒷단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위법성이 인정되면 압수물과 감정 결과도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배제될 수 있다. ‘그 자리에 있던 물건’이 아니라 ‘위법한 단서가 가리킨 물건’이라면, 그 출발점부터 따져야 한다.

 

이 사건에서 핵심은 케타민 영장 집행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범위를 넘는 필로폰 전자정보 탐색·복제·출력의 흔적이 있는지(수사보고서, 포렌식 절차, 출력물 목록), 참여권·통지 결여와 선별절차의 불명확(참여자 서명, 선별 기준, 대상 파일 목록), 전자정보가 현장 압수로 이어진 인과관계(어떤 메시지/좌표/사진이 장소를 특정했는지), 독립적 발견이나 인과관계 단절이 없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전자정보 및 파생 압수물의 배제 등의 구조로 항소심에 대응해야 한다.

 

항소심은 ‘억울하다’는 감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록 속에 절차 위반의 흔적을 박아 넣어야 한다. 그리고 치유 주장도 기록으로 반박해야 한다. ‘사후 영장’이 있었다면 발부 시점이 언제인지, 이미 탐색·복제가 끝난 뒤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독립적으로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면 그 독립 경로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형사재판은 절차 위에서 이루어진다. 수감 중이라고 해서 방어권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항소심은 절차의 위법을 끝까지 묻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영장은 수사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경계선이다. 그 선을 넘는 증거는 배제될 수 있고, 그 출발은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정확한 문제 제기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