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 당한다” 협박 뒤 시술…교도소 은밀한 ‘불법 의료’ 실태

주사기·볼펜촉 이용한 변형 시술까지
조직적 역할 분담 정황 드러나
법원 “동의 있어도 위법” 판단

 

동료 수용자를 협박해 성기에 이물질을 주입한 혐의를 받는 일당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가운데, 교정시설 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무면허 의료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조영민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모 씨(31) 등 4명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홍씨 측은 “겁을 주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다른 피고인들 역시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시술했을 뿐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 동료 수용자 A씨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고 위협한 뒤 성기에 이물질을 주입하는 이른바 ‘확대 시술’을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과정에서는 교도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변에서 망을 보는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음경 농양 등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주사기로 연고를 주입하거나 볼펜촉 등으로 피부를 뚫은 뒤 약물을 삽입하는 방식, 고무줄을 삽입해 묶는 변형 시술 등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는 플라스틱 젓가락을 가공하거나 외부 반입 물품을 이용해 도구를 제작하기도 한다. 날붙이와 금속류 반입은 금지돼 있지만 사동도우미 등을 통해 물품이 은밀히 유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의료 환경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확대 시술’은 심각한 의학적 위험을 동반한다.

 

동국한방병원 이휘현 양방원장은 “후시딘과 같은 외용 항생제는 피부 표면에 사용하는 약”이라며 “이를 주사기로 성기 내부에 주입할 경우 세균 감염으로 인한 농양이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멸균되지 않은 도구와 비위생적 환경이 겹치면 감염이 악화돼 조직 괴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혈관이나 신경이 손상될 경우 발기부전이나 성기 변형 등 기능적 장애가 남을 수 있고, 감염이 혈류로 퍼질 경우 패혈증으로 진행될 위험도 있다”며 “의학적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고 심각한 합병증만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원은 교정시설 내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일관되게 유죄 판단을 내려왔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23년 안동교도소 수용자가 동료 수용자의 성기에 주사기로 후시딘 연고를 주입한 사건에서 의료법 위반을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학적 전문지식 없이 신체 내부에 이물질을 주입하는 행위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피해자 동의’는 책임을 면하는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87조의2에 따라 처벌된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상해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이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중상해나 사망으로 이어질 경우 형량은 더 무거워진다. 영리 목적이나 반복성이 인정되면 보건범죄단속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2019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무면허 의료행위 사건에서 “의료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은 국민 보건으로 개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단순한 승낙만으로 위법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피해자의 사전 동의 여부는 양형에서 일부 참작 요소로 고려되는 수준에 그친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동의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강요 여부와 별개로 무면허 의료행위 자체의 위법성은 별도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교정시설이라는 폐쇄적 환경을 고려할 때 피해자의 실질적 선택 가능성과 위력 행사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A씨가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며 “스스로 약물을 주입했다”고 주장한 경위를 수상히 여겨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직적 가담 정황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공동상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확대됐다. 재판에서는 협박의 존재, 동의의 진정성, 시술 행위의 위험성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