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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별도 따주겠다는 약속을 한 나는 육지를 떠나는 당신의 고운 손에 미안함만 안겨보냈습니다. 당신 보러가는 길은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 창문에 빗금이 그어지네요. 미처 다주지 못한 사람 꽃다발에 실어 보내니 다시 만나는 날 활짝 웃으며 맞이해 주겠소 ○○○교

    • 채수범 기자
    • 2025-05-09 16:25
  • 참회의 눈물 (안동교도소)

    일출도 일몰도 볼 수 없는 억압이 함께한 홀로한 방 철창 밖 희구름과 정을 나누고 번민 속 피어난 새벽 호수에 인내 실은 쪽배를 띄운다 고요의 침묵도 잠시 삶의 요란스런 잡음들이 분노의 갈등에 불을 지피고 동료의 평온한 삶을 시비하며 다툼의 아픈 상처를 남긴다 내 우매한 행실을 반성하며 동료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부끄럼 없는 생활을 다짐하며 참회의 눈물로 긴 하루를 작별한다. ○○○교

    • 채수범 기자
    • 2025-05-09 16:24
  • 전국의 재소자분들께

    안녕하세요. 5월에 가석방 받고 나온 출소자입니다. 방 사람들에게 나가면 <더 시사법률> 신문에 글 쓸 거라고 했는데, 신문사에 전화해서 부탁까지 했습니다. ○○○ 형님, ○○○아, 잘 있지? ^^ 저는 사기로 1년 6개월 받고 3개월 가석방 받았습니다. 안에서 래피 다들 걱정하시는데, 저도 낮아서 기대 안 했거든요. 과밀화 때문에 많이 완화한다고 하더라고요. 안에서 1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많은 걸 느끼고, 많이 배우고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 후회로 남지만, 그래도 큰 경험 했다고 생각되네요. 담배를 수십 년 피우다가, 다시는 안 피우겠다고 다짐했는데요. 첫날 담배 몇 개비 피웠다가 화장실에서 구토하느라 혼났습니다. 다들 출소 후 담배는 끊으시길 바랍니다. 첫날이 중요합니다. 기름진 거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방 사람들이 첫날은 무조건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집에 왔습니다. ㅎㅎ 첫날 와이프 차 타고 이동하는데, 안에서는 큰 버스만 타다가 차를 타니 땅을 기어가는 듯한 착각도 들고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짧은 형을 받고 금방 나왔지만, 앞으로 더 오래 남으실 분들도 언젠가 좋은 날이 꼭 올 거라고 믿습

    • 채수범 기자
    • 2025-05-09 16:23
  • 마지막 하고픈 말 (영희 남편 마초가)

    너에게 아플 줄 알면서 하고픈 말이 있어. 너를 얻기 위해 수많은 형용사로 만들어도 부족했던 '사랑해'라는 말이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단어가 되어갈 때 나는 너를 너무 아프고 힘들게 하고 있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을 너에게 한다면 난 많이 후회하고 아플 거야. 너무 아파서 숨 쉬는 것도 불편하고 사치스러울지도 몰라. 하지만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순수했던 사실이 될 수 있을 때 나는 너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어. 그래야 내가 널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더욱 너에게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어. 우리 여기에서 그만하자. - 영희 남편 마초가, 사랑한다. ○○○교

    • 채수범 기자
    • 2025-05-09 16:18
  • 세상을 위한 기도

    수용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힘든 상황속에서도 굳게 견디며 속죄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교도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수용자들을 안전을 책임지시는 분들께 기도합니다. 변호사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시는 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법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공정한 판결로 억울한 자를 풀어주고, 죄인을 처벌하는 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수용자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매불망 출소날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범죄로 인해 삶이 망가진 이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더 시사법률>을 위해 기도합니다.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올바른 언론을 위해 기도합니다. ○○○교

    • 채수범 기자
    • 2025-05-09 16:17
  •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

    30년 전 일이다. 좁은 골목 벽돌담에 켜켜이 쌓인 누런 연탄재와 ‘개 조심’ 문구, 골목 끝 초록색 양철 대문 오른편에 네 식구가 세 들어 사는 문간방이 우리 집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누나와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군밤을 까먹고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올까?” 당시 여섯 살인 나는 기대에 부풀어 말했다. “이제 세상에 산타는 없어.” 누나가 찬물을끼얹듯 말했다. “혹시 모르니 양말 걸어 두자.” 그렇게 양말 두 짝을 못에 걸고 잠들었다. 다음날 나를 흔들어 깨운 누나가 눈앞에 양말을 들이밀며 간밤에 산타가 다녀갔다고 말했다. 묵직한 양말을 보고 화들짝 잠에서 깬 나는 선물을 확인하고 또 한 번 놀랐다. 양말 안에는 빨간 사과 두 개가 들어있었다. 눈사람이 연상되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누나와 나는 TV 앞에 둘러앉아 사과를 먹었다. 주먹만 한 사과를 한 입 크게 깨물자 아삭 소리와 함께 과즙이 입안에 가득 찼다. 아랫목에선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르고 창문으로 들어온 무지개 빛은 가슴속을 유영했다. 어두운 밤길 산타는 문 닫는 점포에 들러 꼬깃꼬깃 접어둔 비상금으로 선물을 샀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해 할 남매를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겠지.

    • 채수범 기자
    • 2025-05-02 16:53
  • 고슴도치

    어느날 우리집에 찾아 온 뾰족 뾰족 고슴도치 넌 누구니? 뭐가 무서워 가시를 세웠니? 손으로 주어들자 발라당 핑크색 배를 보이는 이것은 뾰족 뾰족 고슴도치 아니 뾰족한 가시가 수없이 박힌 당신의 심장 아주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는 당신의 심장에 박혀있는데 내 손 다칠까 거꾸로 누워 더욱 깊이 박혀가는 가시 처음으로 마주한 당신의 심장은 뾰족 뾰족 고슴도치 이제 핑크색 부분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다시 한번 가시를 찔러 넣는다. 어느날, 내 손에서 자기의 심장을 본 당신은 재빨리 낚아채 다시 집어 넣고 뾰족 뾰족 가시에 찔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보고 웃는다. ○○○교

    • 채수범 기자
    • 2025-05-02 16:51
  • 교린이 복실이 (경북북부 3교도소)

    처음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들어와 일주일 동안 나와 같은 교린이(첫 징역) 처지인 사람들과 신입 방에서 생활했다. 그곳에서 매일 밤마다 우는 아저씨가 말했다. “여긴 신입 방이어서 곧 본방으로 갈 거야. 거긴 흉악범들밖에 없을 거야….”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얼굴은 아저씨가 제일 흉악범인데….’ 일주일 내내 새벽마다 아저씨는 흐느꼈고, 난 잠에서 깰 때마다 흐느끼는 아저씨 얼굴을 보며 흐느꼈다. ‘이런 아저씨랑 같이 살아야… 해? 정말 내 인생…’ 절망의 일주일이 지나고 아저씨와 서로 다른 본방에 배치받았다. 절망핑 아저씨는 나와 헤어진다고 다시 한번 흐느꼈다. “흑… 흑… 근데 소시지는 내가 가져가도 돼? 내가 소시지 없으면 밥을 못 먹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단 하나도 사지 않았으면서… 눈물에 호소하는 무자본 M&A라니…나는 모든 먹을 것들을 절망핑 아저씨에게 주고, 식판과 모포만 챙겨 본방으로 갔다. 처음 들어간 본방은 답답한 느낌이었다. 신입 방에 비해, 짐들이나 생필품이 곳곳에 가득 차 있었다. 방문이 닫히고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A 아저씨라 칭하겠습니다.) “우리 조카, 자기소개 한 번 해볼

    • 채수범 기자
    • 2025-05-02 16:49
  • 우리가 만난 기적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아빠의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중국에 가게 됐다. 중국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가정부 아주머니가 생겼다는것이다. 우리는 그분을 중국어로 아주머니라는 뜻의 ‘아이’라고불렀다. 나는 아이를 싫어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어로 자꾸 말을 걸고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계속 권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스쿨버스에서 깜빡 잠들어 내리지 못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됐다. 마중 나왔던 아이는 내가 오지 않아 중국어를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 사방팔방으로 나를 찾아다녔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갈 수 있었는데 그때 아이는 나를 챙기지 못한 기사님께 불같이 화를 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녀가 나를 걱정하고 아낀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아이가 좋아졌다. 나이와 국격을 넘은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아이는 정이 많았다. 그녀는 모든 게 낯선 우리 가족을 진짜 가족처럼 대했다. 엄마와 아이는 사전으로 단어를 찾아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항상 엄마를 시장에 데려가 함께 장을 봤다. 새해에는 중국의 풍습에 맞춰 밤12시가 되자마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우리 가족을 모두 깨운 적도 있다. 이사한 날에는 나쁜 기운을 내쫓고 복을 불러들여야

    • 채수범 기자
    • 2025-05-02 16:45
  • 희망의 온기 (군산교도소)

    어느덧 또 한 해가 지나갔다. 수감된 지도 2년이 다 되어 가는 봄날, 이제야 슬슬 온기가 느껴지고 서먹서먹했던 지난 날들의 혹독스러운 계절마다 차가웠던 마음 한구석에 스며시 비집고 들어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억울했던 세월’은 동면하듯 깊숙이 가라앉는다. 매번마다 끝맺음에 “아빠, 빨리 와.” 당부하는 막내딸의 소환. 조금만 더 있으면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다는 서로의 간절한 눈빛에 차분함과 따스함이 얼었던 내 마음을 녹여 준다.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세월, 이젠 잊혀져야 하고 더 아플 여유가 없는 시간은 소중하기만 하다. 창 밑에 지대 앉아 창틈새로 들어오는 봄바람이 내 등에 따스히 맞닿는다. 방에는 한 톨의 먼지에도 부딪히지 않고 가당치도 않는 거리를 꿰뚫고 위로를 전달하듯, 희망을 안겨 주는 듯. 아낌없는 봄빛이 다정스레 쏟아진다.정말로 따뜻하구나! 이것도.

    • 채수범 기자
    • 2025-04-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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