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맨날 일만 해”. 남편이 보낸 문자에 아내는 답이 없었다. 나머지 재산은 다 줄테니 이혼 후 전세금만 해달라는 남편의 부탁은 일주일 뒤, 새벽의 정적을 깨는 사이렌 소리로 돌아왔다.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한 남자의 죽음을 추적했다. 부동산 공법 1타 강사로 유명세를 떨치던 최 모 씨였다. 최 씨의 사망 사실을 알린 건 그의 아내였다. 지난 2월 15일 새벽 3시경, 그녀가 직접 “남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경찰에 연락해 왔던 것이다. 경찰이 부부의 자택에 도착해보니 최 씨는 피를 흘린 채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을 크게 다친 상태였고, 그 옆에는 양주병과 부엌칼이 놓여 있었다. 최 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1시간 만에 숨지고 만다. 최 씨의 사망으로 A 씨에겐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A 씨는 부부싸움 중 남편이 부엌칼을 들이댔고, 본인이 이에 방어하려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아내 A 씨가 우발적으로 휘둘렀다는 흉기는 1.75L 크기의 양주병이었다. 최 씨와 아내 A 씨는 강사와 제자로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18년차 부부였다. 최 씨는 초혼이었지만 A 씨는 재혼으로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두
 
								인도차이나반도 남서부에 위치해 태국, 베트남,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캄보디아는 앙코르 와트라는 세계 최대의 불교 사원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국적 분위기를 풍기는 앙코르 유적 덕분에 관광 산업은 캄보디아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 분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산업이 캄보디아에서 성행하고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엔이 동남아시아를 사기 작업장의 ‘그라운드 제로(시초)’로 부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캄보디아 전역에서 총 53곳의 ‘사기 작업장’을 확인했고, 45곳의 의심 시설을 발견했다는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곳에서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등의 온라인 사기 범죄가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범죄 조직은 캄보디아 정부의 방치와 묵인 아래 국제적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그리고 한국 범죄 조직까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있었다. 조직의 형태도 기업에 가까웠다. 콜센터, 로맨스 스캠, 몸캠피싱, 투자 리딩, 보이스피싱 등 분야별로 팀을 꾸려 움직였고, 자금 담당과 대포통장 공급을 담당하는 이체 팀, 신규 조직원을 모집하는 모집 팀도 별도로 편성했다. 이들
 
								아이들이 많아서일까. 오후 2시 37분 김포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 항공 733편은 유난히 시끌벅적했다. 여름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비행기에 오른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공의 기분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이 향한 곳은 목포공항.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비행거리였다. 그런데 그 비행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1993년 7월 26일, 김포발 목포행 아시아나 여객기가 실종됐다는 소식이 속보로 전국에 타전된다. 아이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전남 해남군 마천마을은 담배 농사를 주로 짓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천둥이 치고 장맛비가 쏟아지던 오후, 빗줄기가 잦아들자 하나둘 밭으로 향하던 마을 사람들은 마을 뒤 운거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짙은 안개 속에 헛것을 본 줄 알았다. 웬 피투성이 남자가 걸어와 “비행기가 산에 추락했다”는 것이었다. 실종됐던 733편 탑승객으로 항공기 추락이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목포공항 활주로는 733편이 추락한 운거산 너머에 있었다. 악천후로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비행기는 1, 2차 착륙 시도에 실패하고 3차 시도 중 산을 넘은 것으로 착각하고 고도를 낮췄다가 짙은 구름에 가려졌던 운거산과 마주하게 된다. 기장이 급히 엔진 출
 
								“그만해 XXX아!” 참다못해 내뱉은 욕설은 공허했다.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 씨의 수감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소식이다. 피해자의 시신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범행을 벌였던 대범한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같은 수용자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처지에 처했다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A 씨와 같은 교정시설에서 수용 생활을 했던 재소자의 증언에 따르면, 입소 초기부터 몇몇 수용자들이 A 씨를 향해 “남편을 죽인 악독한 X”이라며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누군가는 침을 뱉고, 운동 시간에는 몰래 흙을 던지기도 했다. 일부는 지나가는 척하며 어깨를 밀치거나 발을 걸며 A 씨를 괴롭혔다. 그런 행위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결국 머리채까지 잡혀 본 A 씨는 점점 방 밖으로 나가길 거부했다. A 씨가 밖으로 나오지 않자 A 씨를 유독 싫어했던 F 씨는 A 씨의 방을 지나갈 때마다 방문 앞에서 욕을 퍼부었다던데, 그 기간이 무려 한 달간이었다. 견디다 못한 A 씨가 그만하라 소리쳤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정작 A 씨와 같은 방을 쓰는 수용자들의 고충은 따로 있었다. A 씨가 괴롭힘을 피하고자 제대로 씻지 않았던 것
 
								대학생이 되고 첫 여름방학을 맞은 스무 살의 커플은 들떠있었다. 광주 소재 대학에 다니던 A 군(20세)과 B 양(20세)이 선택한 여행지는 전남 보성군이었다. 광주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만 달려오면 바다가 있었다. “배 한번 태워 주시면 안 돼요?” 2007년 8월 31일 오후, 바다로 나가보고 싶었던 두 사람은 선착장에서 마주친 한 노인에게 배를 타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1t 규모의 소형 어선으로 주꾸미잡이를 하던 오종근(당시 70세)이었다. 오 씨는 흔쾌히 젊은 남녀를 배에 태우고 자신의 어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장에 도착한 선박의 엔진이 꺼진 그 순간, 오 씨는 돌연 A 군의 등을 밀어 바다로 빠뜨렸다. A 군이 다시 배 위로 오르려 하자 그는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린 2m 길이의 삿갓대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오 씨가 휘두른 갈고리에 A 군의 머리와 손이 찢겨나갔고 힘이 빠진 A 군은 익사하고 만다. 인심 좋아 보이던 노인이 돌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젊은 여성인 B 양을 보고 욕정을 느낀 것이었다. 오 씨는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는 A 군을 먼저 살해하고 겁에 질려 있는 B 양에게 다가가 “아가씨 가슴 좀 만져보자”며 추행을 시
 
								2003년, 그날은 대구 계명대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대구 지하철 1호선 1079호 열차가 송현역에 진입하자 졸업식에 가려는 가족 단위의 승객 여럿이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열차에 탑승했다. 같은 시각, 김대한(당시 56세)도 열차에 올랐다. 그의 가방엔 4L 상당의 휘발유가 들어 있었다. 송현역을 출발해 20여 분을 달린 1079호 열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중앙로역으로 진입했다. 그때였다. 김대한이 가방에 든 휘발유 통에 불을 붙여 전동차 바닥으로 던졌다. 불길은 무섭게 번져갔다. 당시 전동차 내부는 우레탄폼, 폴리우레탄 등의 가연성 소재로 되어 있어 열차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기까지 불과 2~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발생한 화재에 중앙로역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초기 소화에 실패한 역무원들이 1079호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대피시켰지만 중앙로역은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에 빠르게 잠식됐고, 잠시 뒤 방화 셔터가 작동하며 지상으로 올라가는 대피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최악의 상황은 더 있었다. 중앙사령부가 중앙로역을 통제하지 않아 1080호 열차가 반대편 선로로 진입한 것이다. 1079호의 불길은 곧 1080호 열차로 옮겨붙었다. 10
 
								우리나라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는 심신을 단련하여 고도의 무술을 발휘하는 무도이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는 성장기 아이들의 교양 운동으로 인식되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태권도장이 학원화되며 보육의 역할까지 맡기 시작했다. 태권도 학원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태권도 학원이 늦은 시간까지 ‘돌봄 공백’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태권도장은 맞벌이 부부처럼 돌봄 여력이 없는 부모들에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안전한 공간이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친구들과 다양한 레크레이션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B 양에게 태권도 학원은 안전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곳이었다. 2008년, 8살이었던 B 양은 학교 근처에 있는 태권도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태권도 관장이었던 A 씨는 유독 B 양에게 살갑게 굴었다. 비록 가정형편은 좋지 않았지만 B 양은 상냥한 어른의 보호 아래 또래 친구들처럼 구김살 없이 지냈다. "아빠라고 불러." 그때부터였다. 태권도 관장 A 씨가 B 양에게 본인을 ‘아빠’라 부르라 시키더니 그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잦아진
 
								2001년 9월 29일, 여수항에서 출항해 5일간의 어업을 끝낸 제7태창호(67t급)는 뱃머리를 제주 쪽으로 돌렸다. 평소대로라면 여수로 회항해야 했지만, 선장 A 씨와 선원들에겐 모종의 약속된 일이 남아 있었다. 10월 6일 0시, 제주 마라도 남서쪽 110마일 해상에 태창호가 도착하자 중국 저장성에서 출항해 먼저 도착해있던 목선 한 척이 바짝 따라붙었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바다 위에서도 일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두 척의 배가 접선에 성공하자, 목선에 있던 60명의 사람들이 태창호로 재빠르게 올라탔다. 밀입국 현장이었다. 사건이 있기 열흘 전, 태창호의 선장 A 씨는 전남 여수시의 한 다방에서 밀입국 브로커 B 씨를 만나게 된다. 먼저 제안한 쪽은 B 씨였다. 조업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국 밀입국자를 태워 달라는 얘기였다. 사례금은 3,000만 원, 9명의 선원 각자에겐 100만 원씩을 제안했다. A 씨는 브로커의 제안에 따라 29일 출항을 결심한다. 10월 7일, 밀입국자를 태운 태창호는 순항하며 완도 근해로 접어들었다. 해경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밀입국자들은 그물 창고로 쓰던 어창에 25명, 물탱크에는 35명으로 나눠 숨었다. 선원들은 완벽한 밀폐를
 
								2005년 6월 6일, 서울 신정동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20대 여성 A 씨는 현충일을 맞아 모처럼 집에서 쉬다 몸살 기운이 돌자 “약국을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 뒤로 A 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오전이 돼서야 A 씨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되었다. A 씨는 쌀 포대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서 쓴 채 배 쪽은 노끈으로 묶여 있었으며 얼굴엔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다.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였다. 음부에 다른 생리대 두 개와 휴지가 넣어져 있어 성폭행이 의심됐지만 정액 반응도, 타인의 지문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시신이 발견된 쓰레기 무단투기장에는 CCTV도 없었고,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11월, 두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다. 40대 주부였던 B 씨가 신정역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사라졌다. 신정동 주택가 근처 쓰레기 무단투기장에 유기되어 있던 B 씨의 시신은 검은 비닐봉지와 대형 비닐봉지로 얼굴과 몸이 감싸져 있었고, 야외용 돗자리로 둘둘 말려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 시신을 묶었던 끈은 모두 세 종류로 노끈, 전기선, 나일론 끈이었다. B 씨의 사인도 경부압박질식사였다.
 
								네 번째 시도였다. 2003년 보험금을 노리고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장 모 씨는 ‘살인사건’이 아니라 ‘운전사고’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내를 죽인 아버지라는 오명을 쓰게 된 장 씨는 자녀들에게도 외면당한 채 무기수로 교도소에 갇히고 말았다. 장 씨는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재심 사유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재심 결정이 내려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 청구인은 원심 판결을 명백히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야 하고, 수사 절차에서 중대한 위법이 있었음도 입증해야 한다. 장 씨는 네 번째 도전 끝에 2022년 대법원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냈다. 복역 중인 장기수가 재심 개시 인용을 받은 사례는 장 씨가 전국에서 두 번째였다. 사건은 2003년 7월 9일 오후 8시 반이 넘었을 무렵 발생했다. 전남 진도군 송정저수지를 향해 달리던 1톤 트럭이 사라졌다. 운전자는 장 씨였고 조수석엔 아내 A 씨가 잠들어 있었다. 물에 빠진 트럭에서 장 씨는 스스로 빠져나왔지만, 아내는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된 후 끝내 사망했다. 사고 직후 장 씨는 “졸음운전을 했고 저수지에 추락한 순간에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