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형사 재판에 휘말리게 되면 무척이나 막막합니다. 당장 형사 처벌을 받고 구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현실적으로 진행 과정이나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한몫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려고 해도 결국에는 광고 글이어서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참 어려운데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면 직접 움직일 수 없기에 답답함은 배가 될 것입니다. 저희 변호사들은 매일 하는 업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작은 정보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간 수많은 접견 상담을 하면서 깊이 공감해 왔습니다. 이에 오늘은 많이들 헷갈리시고 궁금해하는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는 서류’에 대해 쉽게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독자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알고 있으면 도움 되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Q. 변호인의견서‧변론요지서‧항소이유서, 어떤 서류가 제일 중요한가요? - 변호사님이 의견서는 제출하셨는데 변론요지서를 안 내는데 괜찮은 걸까요? - 저희 변호사님은 항소이유서는 안 냈는데 이 서류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모두 저희가 상담 과정에서 직접 들은 질문들입니다. A. 일단 ‘변호
의뢰인 분들과의 상담 과정에서 참 많은 질문을 받는 주제가 ‘추징금’과 관련된 것입니다.일단 구속 피고인에게 추징금이 선고된 경우 이를 미납하면 가석방이 불가능합니다.가석방 업무 지침에서 추징금이 있는 자는 완납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석방을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기에, 납부할 수 없는 수준의 추징금을 받았다면 마음이 무척 심란하실 것입니다. 형량을 적게 받은 경우에도 추징금 때문에 고민이 클 수 있습니다.재산에 추징보전조치가 되어 있을 때입니다.재판에서 추징금이 확정되면 결국 재산에 압류‧경매가 진행되는데, 추징보전조치 된 재산이 많다면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 중에는 당장 형량을 받는 것보다 추징금을 많이 받아서 재산을 빼앗기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재판을 받을 때는 항상, 형량을 적게 받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추징금이라는 ‘불의타(不意打)’를 맞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희가 자주 받는 질문 중 몇 개를 뽑아서 답변을 드려보겠습니다. Q. 제가 도박사이트 직원으로 근무를 했는데 지금 보유 중인 자동차에 추징보전조치가 되었습니
굳이 변호사 일이 아니라도 모든 일은 미리미리 일을 해 놓으면 좋다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변호사 일은 더더욱 그렇다. 선고 전날 변론요지서를 제출하거나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 마감일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것은 사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변호사가 마감 기일에 촉박해서, 그러니까 마감 기일 전날부터 이런 서면을 작성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간에 쫓겨서 작성하는 서면의 품질이 좋을 리 없다. 좋은 서면을 쓰려면 기록을 여러 번 꼼꼼히 읽고, 관련된 다른 사례나 판결례를 광범위하게 조사해서 반영하고, 완성된 초안을 거듭 다시 보면서 고치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까지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마감에 쫓기면 이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판사로 일할 때 변호사가 변론 기일 전날 서면을 제출하거나, 선고 직전에 변론요지서를 제출하거나, 항소이유서의 마감날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거나, 서면 제출을 계속 미루다가 도저히 더 미룰 수가 없을 때 제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는 판결 선고 전 일주일 전 또는 사나흘 전에 판결문을 다 써 놓았는데, 선고 전날에 변론요지서를 받으면 그것을 찬찬히 읽고 판결문에 반영하기가 어렵
우리나라의 수사와 재판은 서면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현실상 판사는 일주일에 수십 건의 사건을 재판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각각 짧은 시간 동안 쪼개서 만나고, 하나의 사건을 짧게는 반년, 길게는 1-2년씩 재판하며, 인사이동 때마다 판사가 바뀐다. 그러니 어느 한 기일에 한 순간 말을 잘 해서 좋은 인상을 주더라도 판사가 다 기억해서 재판에 반영하기 어렵다. 판사가 재판을 마치고 판결문을 작성할 시점에는 대부분 기억과 인상은 휘발되어 희미해지고, 사실상 대부분 기록에 적힌 글들만 보고 판결한다. 그래서 좋은 재판 결과를 받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글을 잘 쓰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기록에 남아있는 글이다. 다른 글을 잘 안 보는 판사도 변호사 의견서는 꼼꼼하게 본다. 전관예우도 사라진지 오래라고들 하므로, 좋은 글의 힘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판사, 검사, 수사관의 마음을 1센티미터라도 더 움직이려면 좋은 글을 써야 한다. 판검사든, 행정부 공무원이든 간부가 되면 다른 직원이 쓴 초안을 수정, 가필하는 일만 하게 되는데 이렇게 몇 년만 지나도 직접 글을 쓰기 힘들어진다. 요즘은 인공지능으로 서면을 쓰는 경우도 많다지만 인공지능이 쓴 글은 여전히 헐겁다
“언론이 외면한 곳에서 우리의 취재는 시작됩니다”란 문구를 봤습니다. 최근엔 정말 취지에 맞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외롭고 소외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수용자들입니다. 물론 죄를 지은 자들이기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 지탄을 받는 것은 모두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지속적인 괴로움을 참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에 있다 보면 내일의 희망이 까마득히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희망을 품고 살고 싶지만, 도저히 희망의 싹을 틔울 수가 없는 환경입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울부짖음을 기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안에서 정당한 요청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의견을 내더라도 오해를 살까 두려워 말을 아끼게 되고, 불편함이 있어도 감내하며 지내게 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법무부 민원제도 등 외부 기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 존재가 조금 멀게 느껴집니다. 교도관들이 외부인 앞에서라도 우리를 사람으로 대해 주신다면, 그 자체로도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더시사법률> 관계자님들, 최근 보도된 내용들은 이 안의 현실을 다 담기 어렵습
“아빠, 그동안 고생했어요.” 그 말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습니다. 수감되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나눈 대화에서 둘째가 억지로 웃으며 건넨 말이었죠. 저는 그 웃음 뒤에 숨어있는 상처를 외면한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른 말만 꺼내던 못난 아버지였습니다. 제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지금, 가장 괴로운 건 두 아이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의 절반을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고 믿었지만, 이제 와 돌아보면 그건 제 욕심을 가족에게 덧씌운 삶이었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겼습니다. 큰아이는 이제 대학생입니다. 이제 막 사회를 배우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인데, 아버지가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그의 발목을 잡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불편하고 위축될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립니다. 부끄러운 이름, 감추고 싶은 가족…. ‘아버지’라는 말이 그들에게 자랑이 아니라 상처가 되었다는 사실이, 저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후회하게 만듭니다. 그들에게 해준 것보다 아프게 한 기억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수감생활 중 가장 많
2017년 우리 사회 ‘미투 운동’의 신호탄이 되었던 모 기업 내 성폭행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당시 피해자의 변호인으로서 가해자의 범행을 입증하고 1심에서 징역형이라는 유죄 판결을 끌어내는 데 조력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9. 5 선고 2018고합875 판결 참조).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정의를 바로 세웠다는 생각에 변호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후, 나는 변호사로서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성범죄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가해자’라는 낙인 뒤에 가려진 억울한 피의자, 피고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성범죄는 그 특성상 물증이 부족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인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피의자나 피고인은 제대로 된 방어권 한번 행사하지 못한 채 사회적, 법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변호사의 사명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변호사는 무조건 의뢰인을 옹호하는 존재가 아니라 ‘진실의 편’에서 법의 저울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억울한 피고인은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법적 수단을 동
의뢰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구속된 채 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피로가 묻은 얼굴로 “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국내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로 일하던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이었다. 의뢰인의 혐의는 매우 무거웠다. 의뢰인은 동료들과 공모하여 2000여 정에 이르는 MDMA(일명 엑스터시)를 국제우편물을 통해 수입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을 상황에 놓여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우편물은 실제로 적발되었고 시가는 약 5700만원이었다. 마약류관리법상 ‘수입’은 단순 투약이나 운반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된다. 의뢰인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고, 유죄가 인정된다면 수년의 실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뢰인은 필자에게 본인의 억울함을 강력히 주장했다. 필자가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사건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았다. 의뢰인은 범행 당시 동료의 부탁을 받고 단순히 숙소 인근으로 택시를 불러준 것이 전부였다. 의뢰인은 마약류가 든 국제우편물의 존재조차 몰랐고 실제 수취나 운반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즉 동료들의 범행 과정에 대해 인식하거나 공모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관계’였다. 같
Q1. 저는 ○○, △△수발업체에 ‘먹튀’ 피해를 당했습니다. 이후 <더시사법률>에 제보하고 4월에는 의정부경찰서에 신고도 했습니다. 불과 지난주까지도 △△업체는 다른 신문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해당 업체로부터 피해금(서비스 이용 후 차액)이 영치금으로 들어왔는데, 광고를 통해 저같은 다른 피해자를 낚아 얻은 금전적 이익으로 돌려 막기를 한 게 아닐까 싶어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그래도 <더시사법률>이 수발업체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문제 개선의 선봉에 서주셨기 때문에 피해 회복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괘씸한 마음이 너무 커 앞으로도 위 업체들과 합의할 생각은 일절 없고 여력이 된다면 추후 반드시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이 업체가 갑자기 돈을 돌려줬다 해도 그동안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으니 어떻게든 법적인 처벌을 받게끔 하고 싶은데, 고소 진행이 가능할까요? A1. 돈을 돌려받았다고 해서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죄나 횡령죄는 행위 당시의 문제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합의하거나 환불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처벌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환불 사실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