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저는 공갈·협박·사기 사건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후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에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문제 된 증거자료는 피해자 측 입출금 내역서 캡처본입니다. 2분 사이에 1억 입금, 3억 출금된 기록이 있고, 출금 내역에 예금주, 송금인 명칭이 공란이었으며 은행 직인이 찍힌 출금 명세서가 없습니다.
이미 선고가 끝난 사건에서 신빙성이 의심되는 증거와 금융기관의 의견을 근거로 재심이 가능한지와 입출금 내역에 예금주나 송금인이 없는 공란인 상태에서 계좌 업무가 가능한지, 1억과 3억이라는 거액이 2분 내에 입출금이 가능한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형사재판, 특히 공갈·협박·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의 계좌 입출금 내역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하고 객관적인 증거로 여겨집니다.
돈이 오고 간 명백한 기록 앞에서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고, 법원 역시 이를 근거로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제출한 계좌 거래 내역 캡처 화면이나 이체확인증은 그 자체로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져 유죄 판결의 결정적 근거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 증거가 사실과 다르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질문자님의 사연을 토대로 유죄 확정판결의 근거가 된 계좌 내역이 의심스러운 경우 어떻게 재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형사 재심의 법리와 금융 실무 측면을 심도 있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형사 재심 제도의 기본 구조와 재심 사유
질문자님이 증거를 문제 삼는 이유로는 초단기 거액 입출금, 거래 주체 정보 누락, 공식 문서의 부재로 판단됩니다. 증거에 대한 의심은 ‘이러한 비상식적인 거래가 실제로 가능한가?’, ‘만약 증거가 조작되었다면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가?’라는 법적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형사 재심은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해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기 위한 비상구제절차입니다. 그 문은 매우 좁지만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존재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이 가능한 사유를 엄격하게 열거하고 있는데, 본 사안과 관련해서 주목할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증거의 위조·변조, 허위 증언(형 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 제2호)
▲제1호: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 ▲제2호: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
만약 계좌 내역 캡처 화면이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으로 편집·조작되었고, 그 조작 사실이 별도의 형사 판결로 확정된다면 이는 명백한 재심 사유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 직원이 고객 정보를 빼돌려 출금전표를 위조한 후 돈을 횡령한 사건처럼 금융 문서의 위조는 실제로 발생하며 이것이 재판의 증거로 쓰였다면 재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나. 새롭고 명백한 증거의 발견(형사 소송법 제420조 제5호)
가장 일반적으로 재심 청구의 근거가 되는 조항입니다.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규정합니다.
‘새로운 증거’란 원심 재판 당시에는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알고 있었더라도 합리적인 이유로 법정에 현출시키지 못한 증거여야 합니다.
피고인 측이 재판 당시에는 캡처 화면의 이상함을 인지하지 못해 은행 원본 기록을 확보할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판결 확정 후 뒤늦게 의심을 품고 새로운 자료(은행의 공식 거래원장 등)를 확보했다면 ‘신규성’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명백성’은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단순히 ‘유죄 판결에 의심이 간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새로운 증거가 기존 증거의 증명력을 현저히 약화시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유죄를 인정했던 기존의 판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세 포탈죄로 유죄가 확정된 후 해당 세금 부과 처분 자체가 행정소송이나 조세 심판을 통해 위법하여 취소되었다면 그 취소 결정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죄의 유일하거나 핵심적인 증거였던 ‘계좌 내역 캡처’가 은행의 공식적인 ‘거래원장’과 명백히 배치된다면 그 거래원장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캡처 화면과 은행 원본 중 무엇이 ‘증거’인가?'
형사소송의 대원칙은 증거재판주의입니다.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해야 하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렇다면 캡처 화면과 은행 원본 기록은 증거로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은행 원본 기록(거래명세서, 전산원장)은 원칙적으로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특히 은행 내부 전산 시스템에 기록된 원장 데이터는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해 증거가치에 있어 ‘객관적 사실’로 취급됩니다.
그러나 캡처 화면은 원본 데이터가 아닌 원본을 투영한 ‘이미지’에 불과합니다. 실무상 편의를 위해 널리 사용되지만 편집·합성·왜곡의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어 그 신빙성을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캡처 화면의 진실성이 의심될 때 은행 원본 기록은 그 증명력을 다투는 결정적 ‘탄핵증거’가 됩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제출한 캡처 화면과 은행의 공식 원본 기록이 다르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는 단순한 증거가치의 문제를 넘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의 위조·변조된 증거에 해당하여 직접적인 재심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예금주·송금인 공란과 2분 내 거액 입출금이 가능한가?
출금 내역에 송금인 이름이 공란인 점은 금융 실무상 매우 이례적입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은 금융회사 거래 내용을 추적·검색할 수 있는 기록을 생성·보존하도록 강제합니다.
은행이 공식 발급하는 ‘입출금 거래내역서’나 전산 원장에서 거래 상대방 정보가 누락되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캡처 화면은 원본 기록과의 대조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2분 내 거액의 입출금 가능성은 ATM이 아닌 은행 창구를 통해서 거래했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ATM은 지연인출·지연이체 제도 때문에 2분 만에 거액이 입출금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은행 창구를 이용했다면 은행 직원의 확인을 거쳐 입금전표와 출금전표가 생성되고 보관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원본 전표가 없다면 거래의 실제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계좌이체는 시스템상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앞서 지적한 송금인 공란 문제가 발생할 수 없으며 모든 거래 기록은 서버에 로그로 명확히 남습니다.
재심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해당 계좌, 해당 거래 시점의 ‘은행 공식 거래내역 원본’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전자금융거래 기록을 생성해 5년간 보존할 의무가 있으므로 공식적인 기록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계좌 명의인의 동의를 얻어 발급받는 것이 가장 신속하지만 협조가 불가능하다면 재심 청구 절차 내에서 법원에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또는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여 해당 기록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거래 내역만 요청할 것이 아니라 의심스러운 부분을 특정하여 법원을 통해 은행에 사실조회를 신청해야 합니다. 만약 증거로 제출된 캡처 이미지 파일 원본을 확보할 수 있다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은행의 공식 회신 자료가 기존 판결 증거였던 캡처 화면과 명백히 모순된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명백한 증거로서 재심 개시 결정을 이끌어 낼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재심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법원은 확정판결의 안정성을 중시하기에 어지간한 의심만으로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의 기본 원리와 상충하는 명백한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면 재심이라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