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피싱사건 단순 가담자가 취해야 할 전략

‘단순 가담자’가 놓인 법적 현실
중책보다 덜해도 법적 책임 있어
‘실질적인 피해금액 변제’가 중요
공동합의가 개별합의보다 효과적

 

최근 캄보디아를 비롯해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한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잇달아 국내로 송환되면서, 조직 내 말단 역할을 담당한 이른바 ‘단순 가담자’들의 형사책임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총책이나 모집책·송금책처럼 범행의 계획과 지휘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에게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수거책·전달책 등 하위 단계의 가담자들에게까지 동일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형평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법원이 ‘가담 경위와 정도, 자유의사 여부, 피해 회복 노력’을 종합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사례를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무엇보다 핵심적인 양형 요소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다. 대법원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 양형 기준(2023. 7. 시행)’에서 피해 회복을 감경 사유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총책이나 주범의 경우라면 피해자 전원과의 전액 합의 또는 이에 준하는 합의가 필수적이며, 피해금 전액을 일시납할 경우에만 실형을 피할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단순 가담자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범행을 통해 실질적 이득을 얻지 못했으며, 범행 전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합의금의 절대액보다 ‘어느 정도 성의 있는 회복이 이뤄졌는가’가 양형 판단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하급심 판례의 경향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한 판례에서는 수거책으로 참여한 피고인이 피해금의 절반가량을 반환한 점이 참작되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고, 수원지방법원 사례에서도 자진 신고와 반성이 주효하여 피해자 1인과만 합의했음에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이처럼 금액 자체가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며, 피해 회복 의지와 자발적 행동, 반성의 진정성이 함께 고려된다.

 

단순 가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방어의 포인트는 ‘범행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피싱 조직의 구조와 운영 방식의 특성상 현지에서 여권을 압수당하거나 감금·폭행을 당해 자유로운 이탈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사례가 많다.

 

물론 형법 제10조 제1항(심신장애)이나 제12조(강요된 행위)가 직접 적용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사정은 정상참작 사유로 충분히 기능한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중에는 피고인이 현지에서 여권을 빼앗기고 강요에 의해 범행에 참여한 점, 그리고 실질적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한 판례가 존재한다.

 

이처럼 피의자의 자력으로 범행을 중단할 수 없었던 사정, 귀국 이후의 자수와 반성, 재범 방지를 위한 환경 개선 노력까지 구체적 자료로 제시된다면 합의금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석방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다수의 공범이 함께 기소되는 보이스피싱 사건의 특성상, 개별적으로 소액 합의를 시도하기보다는 공범들이 재원을 모아 ‘공동합의’를 추진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법원은 공범 중 누가 피해 변제를 시도했는가보다는, 결과적으로 전체 피해금 중 얼마만큼이 회복됐는지를 더욱 중시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총피해금이 1억원인 사건에서 공범 5명이 각자 1천만원씩 모아 5천만원을 일시 지급했다면, 개별 부담액이 적더라도 법원은 이를 ‘실질적 회복 기여’로 평가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반성문 제출, 가족 탄원서 확보, 피해자와의 적극적 연락은 변호인이 반드시 주도해야 하는 핵심 절차다. 특히 구속 상태라면 피해 회복 계획서와 합의 진행 보고서를 함께 제출해 피해금 조성 경위와 구체적 납부 계획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이는 법원에 ‘석방 후에도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주며 보석이나 집행유예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필자는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수거책 사건에서도 피해금 마련을 위한 현실적 노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강요에 의한 비자발적 가담 경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도록 조언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캄보디아 기반 피싱 조직 사건에서 단순 가담자는 법률적으로는 공범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피해자적 요소를 지닌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법원의 무조건적인 관용을 기대할 수는 없다.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재원을 마련해 피해 회복과 합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범행 경위의 불가피성을 객관적 자료로 구체화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집행유예의 관문을 여는 열쇠다.

 

더 나아가 피해금의 50% 이상을 일시 지불 방식으로 마련하고, 공범들과 함께 공동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며,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위한 계획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까지 더해진다면 단순 가담자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궁극적으로 형사재판의 목적은 교정과 회복을 통해 사회 전체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