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생부 도피 혼외자에 친족 특례 적용 불가

혈연관계만으로는 부족… “법률상 친자 관계 있어야”

 

대법원은 생부의 도피를 도운 혼외자에게 형법상 친족 특례 조항을 유추 적용할 수 없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범인 도피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호남 폭력조직 국제 PJ파 부두목 조규석 씨의 혼외자로, 2019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조씨에게 800만 원의 도피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조씨는 50대 사업가를 감금·폭행해 숨지게 한 뒤 도피하다 체포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와 조씨 사이에 자연적 혈연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특례 조항을 유추 적용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부자 관계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자연적 혈연관계는 명백하다”며 “이를 기준으로 특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은 “법률상 친자 관계가 없더라도 자연적 혈연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원심을 유지했으나, 대법원은 “형법상 친족은 민법이 정한 법률상 친족만을 의미하며, 유추 적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한, 대법원은 “모자 관계는 인지를 요하지 않고 법률상 친자 관계가 인정되지만, 부자 관계는 부의 인지에 의해 법률상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며 A씨와 조씨 사이에 법률적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유추 적용을 허용할 경우 입법자의 의도를 벗어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형사처벌의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더시사법률 박혜민 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