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팀목 (경북북부 제1교도소)

 

 

나의 버팀목

 

아빠는 대부분이 알 만한 기업의 부장이다. 나는 아빠를 존경했지만, 사랑하진 않았다. 책질질만 하고, 칭찬 한 번 제대로 해 주지 않는 무뚝뚝한 아빠가 그저 원망스러웠다. 엄마도 아빠와 같은 회사에 다녔지만, 동생을 낳고 그만뒀다.

 

"계속 일하고 싶지 않았어?" 내 물음에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네 아빠가 그랬어. 힘든 일은 자기 혼자 할 테니, 우리 셋은 즐겁게만 지내면 좋겠다고."

 

아빠는 언제나 가족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여행도 우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싫어하는 음식이라도 우리가 좋아하면 먹었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여름밤,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의 손에 축축한 봉투가 들려 있었다. 아이스크림이었다.

 

"다 우리가 좋아하는 맛이네? 어떻게 알았어?"

 

"그걸 왜 몰라."

 

아빠는 소파에 드러누워 한쪽 팔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빠가 고된 하루를 보냈다는 것만큼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빠 회사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날, 함께 퇴근했다.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서 내려, 자리가 널널한 버스에 나란히 앉았다.

 

책을 읽던 아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꾸벅꾸벅 졸더니, 내 어깨에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순간 놀랐지만, 이윽고 아빠가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느새 흰머리가 많아진 아빠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아빠가 우리와 발맞춰 걸어주기를. 가끔씩 이렇게 내게 기대주기를.

 

오늘은 아빠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져, 잠을 뒤척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