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탁금 회수동의서 제출에도 피공탁자 공탁금 수령 가능?… 법 개정 시급

형사공탁 회수요건 명시에도…선고 후 피해자 출급 차단 불가
피해자-법원-공탁소 간 정보 단절…공탁자 재산권 침해 소지

회수동의서가 제출됐음에도 피해자가 형 확정 후 공탁금을 출급하는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형사공탁의 실효성과 공탁자의 권리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공탁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재판 중 피해자가 회수동의서를 제출하고도 선고 전 공탁금을 기습 수령하거나, 공탁을 거부하고 회수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형 확정 이후 공탁금을 출급하는 사례는 발생해 왔다.

 

그러나 회수동의서가 제출된 상태에서 형이 확정된 뒤 공탁금이 출급된 사례는 처음으로 파악됐다. 

 

성범죄로 구속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인정한 A씨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했지만, 피해자는 이를 거부했다.

 

A 씨는 5000만 원을 공탁했고, 피해자는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재판부에 회수동의서와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함께 제출했다.

 

이후 대법원까지 상고한 A 씨는 상고심에서도 기각 결정을 받으며 형이 확정됐다. 형 확정 이후 공탁금 회수를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이미 공탁금을 수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회수동의서를 근거로 감형 없이 항소를 기각했지만, 정작 공탁자는 공탁금을 회수하지 못한 점이다.

 

공탁자는 회수요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했으나, 피해자는 별도의 절차 없이 공탁소를 통해 공탁금을 수령했다.

 

현행 공탁제도상 공탁자가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는 요건은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공탁물을 확정적으로 거절한 경우 ▲무죄 확정 또는 불기소 결정 시에만 예외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더시사법률>이 법무부 법제처에 질의한 결과, 법제처는 “피공탁자의 출급청구권과 공탁자의 회수청구권은 독립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공탁소에 서면으로 통지되지 않으면 출급청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즉, 공탁금이 출금되지 않은 상태라면 피해자는 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추후 출급청구를 할 수 있다.

 

법제처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가 공탁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형사공탁 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공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회에 계류 중인 공탁법 개정안(의안번호 제7908호)은 ‘공탁관이 형사공탁 출급청구가 있을 경우,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과 검찰청에 통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사건이 ‘계속 중’일 때만 적용되며, 선고가 확정된 이후에는 통보 의무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제도적 공백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피해자의 출급 의사를 재판부가 확인하고도 이를 공탁소에 통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현행 구조는 법적 사각지대”라며 “피해자의 출급 전에 재판부가 공탁소에 반드시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논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공탁자는 피해자가 회수동의서를 제출한 경우 형이 확정되는 즉시 공탁금 회수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