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늘면서 사법부의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다. 판결이 나올 때마다 정치적 해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장호식 법무법인 서율 변호사는 최근 상황을 두고 “사법의 정치화라기보다 정치의 사법화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법 신뢰를 회복하려면 판결의 결론보다 절차의 공정성과 판단 이유의 설득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법조계에 입문한 이색적인 이력의 변호사다. 대학 시절 다양한 사회과학 수업을 접하며 법률에 흥미를 느꼈고 이후 진로를 법조계로 바꿨다. 현재는 법무법인 서율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건을 맡고 있다.
다음은 장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늘면서 사법부 중립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A. 사실 새로운 문제는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돼 온 논쟁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사회 갈등이 심해지면서 판결 하나하나가 곧바로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봅니다.
사법부는 헌법상 독립 기관이며 제도적으로도 외부 압력으로부터 보호받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러나 판결이 사회와 완전히 분리된 상태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판결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순간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를 사법의 정치화라기보다 사회 갈등이 사법 영역으로 투영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판결의 결론 자체보다 절차가 얼마나 공정했는지, 그리고 판단 이유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됐는지라고 생각합니다.
Q. 사법의 정치화인지 정치의 사법화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보십니까?
A. 두 현상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근 양상을 보면 정치의 사법화라는 표현이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정치 갈등이 국회나 행정부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정책 문제와 선거 문제, 공직자 책임 문제까지 법원으로 넘어오는 일이 많습니다. 그 결과 사법부가 정치 분쟁의 최종 판단 기관처럼 작동하는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문제는 판결이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승패처럼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패소한 쪽에서는 판결의 법리보다 재판부의 성향이나 선고 시점을 문제 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사법부 자체보다 판결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방식이 더 정치화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Q. 사법권 독립은 헌법 원칙이지만 인사와 여론 같은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도적 보호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헌법은 법관의 독립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신분 보장과 임기 보장 등 여러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형식적인 틀만 놓고 보면 기본적인 방어 구조는 갖춰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인사 구조와 여론 환경이 사법부와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인사 구조는 내부적인 긴장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보직 이동과 승진 체계가 존재하는 이상 조직 내부 평가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오늘날에는 판결 직후 재판부의 이름과 경력까지 빠르게 공유됩니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법관이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판결의 투명성과 인사 구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을 때 일반 사건과 전략이 달라집니까?
A. 기본적인 전략의 틀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법리와 증거에 기초해 의뢰인의 이익을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많습니다. 언론 보도의 방향이나 여론의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하고 사건이 공론장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도 신중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여론을 의식해 법리를 약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사건일수록 논거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주장 근거를 더 엄격하게 검증하게 됩니다. 결국 재판부를 설득하는 힘은 논리의 밀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Q. 판결 시점이나 표현 방식이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법관도 결국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판결이 어떻게 해석될지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하는 것과 여론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는 인간적인 현실이지만 후자는 사법부의 존재 이유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판결문을 더 정교하게 작성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고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판단 기준만큼은 여론과 분리된 법리 위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판결은 단순히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논거와 법리가 함께 존재합니다. 따라서 판결을 평가할 때 결과만이 아니라 그 이유와 과정도 함께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사법부 역시 완전한 조직은 아닙니다. 틀린 판결이 있을 수 있고 제도가 미흡할 수도 있습니다. 비판이 필요할 때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다만 그 비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감정이 아니라 논거에 기초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법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법의 독립은 법관만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판결을 정치적 도구로 소비하지 않으려는 시민의 의식이 함께할 때 비로소 유지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