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창 너머로 ‘평화 누리 자전거 길’이라는 푯말과자유로운 영혼의 ‘자전거 족’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도곡동에서 경기도 일산까지 출퇴근하느라 지쳐가던 때였다.
지도로 검색해 보니 집에서 회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46킬로미터. 자전거로 두 시간이면 가는 거리이니 차안에서 시간을 버리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요일을 정해 자전거로 퇴근했다. 월요일쯤 자가용에 자전거 두 대를 실어
회사에 두고 목요일과 금요일 퇴근길에 자전거를 타는 식이었다.
자전거 타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를 푸는 동시에 매일 소소한 여행을 떠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길가의 풀잎 냄새에 기분이 좋아지고, 떠나는 구름 하나에 감동하며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인사를 나누는 방랑자가 될 수 있는 건 덤이다.
자전거 타기에 최고 좋은 계절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다.
하지만 한여름 비 오는 날의 자전거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폭우 속에서 자전거를 타다 미끄러져 어깨뼈가 부러진 적도 있지만,
푹푹 찌는 더위에 땀을 흘리다 시원한 빗줄기 속에 몸을 맡기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자전거를 만나기 전 11년간 마라톤을 했다. 달리다 보면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재미있었다.
하지만 자전거의즐거움은 조금 다르다. “자전거로 퇴근하면 고되지 않아요?”
누군가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 “힘들 때 쉬어가는여정이 있어 좋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다 보면 지칠 때도 있다.
그럴 땐페달에 그냥 발을 얹은 채 미끄러져 가며 주위를 들어보면 된다.
자전거는 낭만을 아는 자들의 것이니까.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