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구치소 수감중인 000입니다. 1심에서 징역 ○○월을 선고받은 다음 항소하였고, 추가 건은 없습니다.
구속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월의 형기를 다 채우게 되어 항소심에서 구속취소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판사님이 “지금 재판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취소 결정을 해줄 수 없다”라고 말하며 구속취소를 불허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가기 위해 구속취소 외에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 구
A. 안녕하세요. 담장너머우체부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귀하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보니 미결구금 기간만으로도 1심 선고형을 다 채우게 되어 항소심 재판부에 항소심 선고 전 구속취소 신청을 하였지만 재판부가 구속취소를 불허하여 적절한 법적 대응방안을 문의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결구금에 관한 판례 태도를 살펴본 다음, 구속취소 불허 시 가능한 대응방법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미결구금의 의미와 평가
미결구금이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구금하는 강제처분을 말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미결구금은 형의 집행은 아니지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점이 자유형과 유사하기 때문에, 형법 제57조 제1항에 의하여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597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라고 하여 미결구금 역시 형기에 산입되는 이상 재판의 확정 후에는 형의 집행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입장입니다.
2. 형이 확정되기 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
어떤 사람이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 구속일지 불구속일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법관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구속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았더라도 일정한 사유가 존재하면 재판부는 구속을 취소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조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속취소와 관련하여 형사소송법 제93조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과 제30조 제2항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하여 피고인 등에게도 구속취소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법원의 직권으로 구속집행정지도 가능한데, 구속집행정지의 경우 구속영장의 효력은 그대로 있지만 그 집행이 정지된다는 점에서 구속취소와 차이가 있습니다.
구속집행정지는 기본적으로 그 사유에는 제한이 없으나 실무상으로는 구속된 피고인의 질병, 출산, 입학시험, 직계가족의 장례식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예컨대 지난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구치소의 과밀수용으로 인해 수감자가 대거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이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구속집행정지는 법원의 직권으로 하며 피고인에게는 이를 청구할 권리가 없습니다만, 피고인이 재판부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다면 그 청구는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구속집행정지를 요구할 권리는 없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풀어달라고 선처를 호소하는 의미)로는 받아들여집니다.
한편 보석의 경우 보석 신청이 없더라도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고, 덧붙여 피고인 역시 보석허가청구가 가능합니다.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의 차이는, 피고인이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하더라도 법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재판)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피고인이 보석허가청구를 한다면 재판부는 반드시 재판으로 이에 답변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보석의 경우 보증금 납부 등 일정한 조건이 부가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증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거나 보석에 관한 심리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 급히 석방되어야 하는 경우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구속집행정지, 보석허가, 구속취소 등의 사유가 있다면 형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구속취소 불허 시 대응방안
미결구금 기간만으로 1심에서 선고된 형기를 충족하더라도 이는 구속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귀하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러한 전제하에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구속취소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실무상으로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구속취소가 이루어진 경우가 존재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떤 사람을 구속할지 불구속할지 여부는 법관이 결정하기 때문에, 조속히 석방되기 위해서는 재판부를 잘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형기가 만료되었으므로 더 이상 ‘구속 사유’인 도주나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없다는 것을 잘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재판부가 구속취소를 불허한 이상 귀하의 경우 보석허가청구 또는 기일지정신청을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방안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로, 보석허가청구입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이 필요적 보석을 원칙으로 규정하면서도 보석 제외사유를 정한 형사소송법 제95조 각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충실히 기재하여 보석허가청구서를 제출하여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항소심 재판을 조속히 종결하여 형을 확정시키기 위해 기일지정 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공판기일을, 재판이 끝나고 선고만 앞두고 있다면 선고기일을 조속히 잡아달라는 요청이고, 그 사유는 1심 선고 형기 종료가 임박하였거나 이미 만료되어 도과하였다는 것이면 족합니다.
다만 만약 검사가 항소한 상황이라면, 항소심 재판을 빨리 끝내는 데만 집중하다가는 오히려 항소심에서 형기가 늘어날 수도 있으니 담당변호사와 소송전략을 신중히 논의해야 합니다.
참고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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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2009. 6. 25.자 2007헌바25 전원합의체 결정
(전략)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
(중략)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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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2022. 2. 24.자 2018헌마998 전원합의체 결정
형사사법기관이 피고인을 위한 비상구제절차인 재심절차에 이르러 공소장의 교환적 변경 등을 통해 무죄재판을 피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러한 형사사법절차 속에서 이미 신체의 자유에 관한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면, 피고인 개인으로 하여금 그 피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형사보상청구권의 취지에 어긋난다. 결과적으로 부당한 구금으로 이미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에 관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상, 공소장의 교환적 변경을 통하여 무죄재판을 피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인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 인정 여부를 달리할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신청서에 위와 같은 판례를 언급하면서, 최근 판례 동향에 비추어 비록 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할지라도 1심에서 선고받은 형기 만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이상, 항소심 재판부에서 구속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해당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호소한다면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수단들 중 무엇을, 어떤 순서로 선택하여 진행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지는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해결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