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귀여움의 차이
아무 데서나 방귀 뀌기, 반찬 많이 먹기, 화장실 나오면서 슬리퍼 아무 데나 벗어 던지기, 3옥타브로 코 골기 등등. 같이 지내는 어떤 인간의 만행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이런 인간이 혜성처럼 나타나서 내 수명을 갉아먹는 건지, 하… 그래 이것이 감옥이지, 이 또한 치러야 할 내 죗값에 패키지로 포함된 것이라 여기며 매일을 정신승리 갱신을 하던 10여 년 전이 떠오른다.
사람이 싫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밉게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것은 매 순간 인상을 쓰고 다니는 그 사람의 면상이었다. 저 양반 왜 저래? 뭘 잘했다고 저렇게 인상을 구기고 다녀? 쎄보이려고 저러나? 별생각 다하며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커져 갈 무렵, 어느 날 접견장 대기실에서 그 인간과 딱 마주친 것이다. 서로가 비호감임을 인지해 온 시간의 무게만큼 대기실의 적막감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000번, 스마트 2호 접견실로 들어가세요.”
구세주 같은 직원의 방송이 나오자, 그 사람이 먼저 접견실로 향했다.
잠시 후,
“하하하, 우웅~ 구래구래~ 우리 딸내미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맛있쪘져?” 접견실 문 너머로 그 사람의 대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당시 내가 있던 교도소는 대기실에서도 접견실 대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열악하던 시절이었다.
“아빠~ 누가 괴롭히지는 않아?”
“없지 당연히~ 전에 아빠가 말했지? 요렇게 요렇게 인상 팍팍 쓰고 다니면 무서운 아저씨들도 다 아빠보고 겁먹는다고?”
“호호호, 하하하.”
대기실에 앉아 부녀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들으며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몰려왔다.
그래, 저토록 미운 사람도 나도 비록 죄인의 몸으로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겐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고 살았구나. 생각해보면 저 사람을 그토록 미워할 만큼의 이유가 나에게 있었던가?
잠시 후, 접견 대기실로 돌아온 그 사람이 나를 발견하더니 후다닥 화난 얼굴 모드로 바뀌는 모습을 보니 미움은커녕 오히려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용자분들, 사람 미워하지 맙시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겐 소중한 존재입니다.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