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에어컨 청소 예약이 있었는데… 보이스피싱이었습니다

 

교도소에서 출장 청소를 요청 받고 일정을 잡았던 업체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을 뻔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7일, 한 에어컨 청소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도소 에어컨 청소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자영업자 A씨는 “처음 겪어본 피싱”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며칠 전 A씨는 “화성 교도소인데 출장이 가능하냐”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거리가 멀어 출장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상대가 수량이 많다고 하자 A씨는 귀를 기울였다.

 

상대는 “벽걸이형 22대, 대형 스탠드형 4대가 직원 사동에 층별로 쫙 깔려 있고 강당에도 있다”며 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씨는 “설명이 너무 디테일해서 진짜 교도관인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견적을 내기 위해 모델명을 사진으로 요청하자, 상대는 “보안상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다”며 모델명만 불러줬고, A씨는 속으로 “오, 역시 교도소답다”며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에는 메일 주소, 사업자등록증, 모델명 등이 첨부됐고, 출장비까지 포함해 견적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A씨는 “출장비도 안 받기로 하고 성의껏 견적서를 써서 보냈다”며 “도시락 준비, 기사 인원 파악, 차량 번호 요청, 명함 요구, 심지어 ‘정문으로 마중 나가겠다’는 말까지 들으니 정말 기관 담당자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방문 하루 전날 모든 준비를 마친 A씨는 연락이 왔던 화성교도소 교도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스미싱으로 신고된 번호입니다. 발신이 제한됩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이상함을 느낀 A씨는 곧바로 교정민원콜센터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상담원에게 “화성교도소 000 교도관에게 에어컨 청소 문의가 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상담원에게 “화성교도소 000교도관에게 에어컨 청소문의가 왔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상담원은 “화성직업훈련교도소의 실제 직원 명의가 도용된 것”이라며, “비슷한 피해 사례가 수시로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날 하루 일정이 통째로 날아갔다”며 “그 와중에 허탕친 거… 상담원에게 ‘에어컨 청소 안 하셨으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저희한테 맡기시죠?’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웃지 못할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경험담이 잇따랐고, 문자로 받은 직원 명함과 위조된 사업자등록증 이미지를 공유하며 “다들 조심하자”는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보이스피싱 왜 교도소까지 팔면서 이렇게 해서 뭘 얻나요?”, “알아보니 예약해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어떻게든 돈 입금시키는 수법이더라구요”, “앗 저 전화 받고 내일 교도소 들어가는데 ”, “교도소는 개인 사업자가 없어요 다들 조심하세요”, “저는 속아서 당일 교도소까지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당일가서 다시 오신것보다 상황이 더 나아졌다 라고 마인드 컨트롤 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으시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최근 들어 교정기관·공무원을 사칭해 물품 주문이나 금전 대납을 요구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사기범들은 대납업체 명함을 보내고, 특정 물품을 선결제하면 피해업체의 비용도 함께 처리해주겠다고 유인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교도소나 교정기관을 사칭한 물품 주문이나 금전 요구가 있을 경우, 반드시 해당 기관에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