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우체부]위조된 서명으로 징역형…재심 가능할까?

현행범 체포의 정당성, 임의제출의 진정성…
재심을 가를 두 개의 쟁점

Q . 저는 OO구치소에 수감 중인 OOO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재심을 하고 싶어서 문의를 드립니다.


저는 2023년경 운전 도중 음주운전 의심으로 경찰 단속을 받았고, 음주단속 결과 음주가 아닌 사실이 확인되었는데도, 신원확인 도중 저의 마약 전과를 알고 있던 경찰이 마약검사를 위해 임의동행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임의동행에 불응하고 영장을 가져오라고 말했는데도 경찰은 저를 신호위반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경찰서로 끌고 가서 소변과 모발 임의제출을 요구하였는데요.


저는 계속해서 영장을 가져오라며 임의제출을 거부하다가 “지금은 소변이 나오지 않으니 나중에 제출하겠다”고 했는데도, 경찰이 7차례나 물을 가져다주며 계속 소변을 보도록 종용하였고 결국 소변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확인되자 모발도 채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소변채취동의서, 임의제출물 압수조서, 소변간이시약검사 확인서에 제가 직접 서명하지 않았는데도 제 서명을 위조하여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로도 저의 필적과 동일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저는 재판에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경찰의 강압에 의해 영장 없이 소변과 모발을 채취하였으므로 임의제출이 아니라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교통사고 후 약물투약이 의심되었고 신호위반 교통사고가 명백하여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 체포적부심사청구권, 변호인선임권, 변명의 기회,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한 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소변 및 모발제출의 경우 피고인이 자신은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면서 소변 간이시약 검사에 자발적으로 응하였으며,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며 시간을 끌었으나 결국 스스로 생수 6~7병을 마시고 소변을 제출하였고, 다른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모발도 제출하였으며, 소변∙모발 채취 동의서에도 서명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였고, 결국 항소심도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재심이 가능하다면 바쁘시더라도 꼭 한번 검토하여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구)


A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JK의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귀하가 보내주신 서신은 잘 살펴보았습니다. 다만, 보내주신 내용만으로는 전체적인 사건 파악이 어려워, 추가로 판결문을 검색하여 사건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먼저 사건 자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수사과정에서 현행범체포의 위법성, 소변 및 모발의 임의제출 위법성 및 그로 인한 2차 증거를 포함한 위법수집증거배제가 문제되는 사안이나, 위 사유만으로 직접적인 재심사유가 되기 어렵고, 일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데(형사소송법 제212조), 다액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죄의 현행범인에 대하여는 범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 한하여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있습니다(제214조).


보내주신 서신 상으로는 현행범체포 사유가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증인신문 과정에서 경찰이 귀하를 신호위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는 증언을 한 점에 비추어, 먼저 신호위반으로 현행범체포가 가능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신호위반의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으나(도로교통법 제157조, 제5조), 차량의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을 뿐 형사처벌 규정이 없습니다(제160조, 제5조).


경찰이 음주의심 차량을 검문하여 음주측정한 결과 음주는 아니었으나, 피의자의 신원을 조회하여 마약 전과가 확인되자 임의동행을 요구하였고, 피의자가 이를 거부하였으나 신호위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우, 운전자의 신호위반은 형사처벌 규정이 없고 행정처분인 과태료 규정이 있을 뿐이므로, 이러한 현행범 체포는 비례성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별건인 마약 수사를 위하여 탈법적으로 현행범 체포를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귀하가 단속 당시 술에 만취한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는 상태에서 약물운전(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4항, 제45조)이나 위험운전치상(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11 제1항)의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라면, 적법한 현행범 체포로 볼 여지도 있어, 정확한 것은 기록을 통해 현행범 체포 당시 고지된 체포 사유를 검토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 체포적부심사청구권, 변호인선임권, 변명의 기회,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받지 않았다면 체포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습득된 증거들 역시 위법수집증거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2. 소변, 모발 임의제출의 위법성
귀하는 체포 후 소변과 모발의 임의제출을 요구받아 이를 거부하였는데, 이와 반대로 경찰은 귀하가 자진하여 소변과 모발을 임의제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① 귀하가 체포 과정에서 영장을 가져오라며 강하게 거부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순순히 소변을 임의제출 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② 경찰의 주장과 달리 소변채취동의서, 임의제출물 압수조서, 소변간이시약검사 확인서에는 귀하의 서명이 위조되거나 무인이 없어 임의제출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그 과정에서 귀하가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였음에도 경찰이 생수 6~7병을 가져다주는 등 강압적인 행태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본다면, 소변, 모발 제출의 임의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보입니다.


다만, 관련 증인들은 귀하가 스스로 본인은 마약을 하지 않았다며 소변검사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증언하고 있어 재판부는 임의제출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과정에서 소변채취 동의서나 압수조서 등의 서명, 지문에 대해 감정이 이루어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위 서명의 진위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하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에는 미흡하였고, 유죄가 선고되어 확정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3. 재심사유의 존재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개시결정을 받으려면,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일정한 재심사유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즉 형사재판이 종결되어 유죄가 확정된 이상, 유죄판결의 근거로 위법수집증거가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은 실체진실과 함께 법적 안정성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미 3심제를 통해 세 번의 소송 기회를 제공받고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이상, 판결을 깨뜨리는 재심에 대해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인정하려는 입장입니다.

 


이 사안과 관련된 재심사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항).


1.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


2.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


5.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명확히 증거서류의 서명이 위조된 것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다시 한번 사설기관을 통해 전문감정(새로운 증거)을 받아 소변채취동의서, 임의제출물 압수조서, 소변간이시약검사 확인서의 서명 위조 사실을 밝히고, 관련 수사관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허위공문서작성죄, 위증죄로 고발하여 유죄판결을 확정받는다면 재심을 통해 억울한 사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여 통상의 경우 구속 피의자로부터 소변 간이시약 검사 확인서 등의 서명을 받는 경우 서명 옆에 무인(지장)도 함께 받는 것이 수사관행인데, 이 사건의 경우 위조된 서명만 존재하고 귀하의 무인이 없다면, 서명이 위조되었다는 귀하의 주장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이므로 이와 같은 사정도 함께 주장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