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통한 인성 향상(대구교도소)

 

독서를 통한 인성 향상

 

오직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길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러, 60대의 노년을 교도소 안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벌써 7년이 흘러 이곳에서 여덟 번째 여름을 맞으며, 이제는 그동안 보고 느낀 교정 현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교도소의 목적은 단순한 처벌이 아닌, 수형자들이 사회에 다시 나갔을 때 재범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화’와 ‘교정’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 이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교도소에서는 초범과 재범, 사기범과 강력범이 구분 없이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0대와 60대가, 경미한 범죄자와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한 공간에 머무는 이 구조는 자칫 잘못하면 ‘범죄의 재생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를 교정 당국도 인식하고 있으며, 인성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형자들의 변화를 돕고 있습니다.


저 역시 70시간의 인성 교육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교정행정이 변화와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여전히 과밀 수용 문제 등으로 인해 교육 효과가 제한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강사의 전문성 부족, 교육 방식의 획일성, 수강생의 참여 여건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교화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다만 방법과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여러 교도소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100 감사 쓰기’와 같은 프로그램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사례입니다.


저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수형자들이 좋은 책을 읽고, 짧은 독후감을 쓰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타인의 삶을 공감하게 만듭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오 헨리의 단편들은 모두 감옥 안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책을 읽고 쓰는 활동은 일시적인 처벌을 넘어서, 수형자의 삶을 바꾸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교도소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갈등과 정체된 일상, 때론 무기력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과 방향이 더해진다면, 교정시설은 진정한 ‘새출발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재범률’이라는 수치보다, ‘회복된 사람’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한 변화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길 희망하며.


대구교도소